“누추했던 그날의 ‘꼴’은, 나를 사람으로 만든 형상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너 지금 꼴이 말이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웃지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
꼴이라는 건
그저 외형이 아니다.
그 안에는
판단, 경멸, 체념,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중학교 1학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가 뺑소니 사고로 쓰러지셨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6개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셨고,
그 시간 동안 우리 집안 꼴은
말 그대로 '꼴이 아니었다'.
밥을 하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병문안을 가는 것도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옷은 일주일 넘게 그대로였고,
눈물과 콧물을 닦은 소매는
늘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 꼴이
내게는 창피하지 않았다.
그 꼴이
내가 성장하는 이유였고,
어머니와의 약속이자
내 인생의 시작이었으니까.
어머니는 다음 해에 돌아가셨지만,
그 ‘누추한 꼴’로 지켜냈던 다짐 덕분에
나는 대학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고,
4년 장학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초라한 그 꼴이
사실은 내 삶의 자부심이었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나는 그 ‘꼴’로도
살아냈다고.
꼴을 갖춘 사람보다
꼴을 견딘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눈에는 초라해 보여도
내 삶엔 담대했던 그날의 ‘내 꼴’을
나는 기억하고 싶다.
세상은 자꾸
“꼴값 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그 꼴로도 살아내는 값이 있다”고.
진짜 꼴이란
비난이 아니라 표현이어야 하고,
비하가 아니라 버팀이어야 한다.
지금 당신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어떤 ‘꼴’이라 불려도,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는
가장 인간적인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