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초 단편소설 쓰기 5일차 도전

2022.05.15

by 오성주


무인도


"젠장, 하늘도 무심하시지. 갑자기 언덕이 무너져서 샘을 막아버려서 이게 무슨 고생이야..."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 생존 85일차, 물이 다 떨어져간다. 비도 오지 않아 3일째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물을 안 마시고 1주일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하니 남은 시간은 4일 정도. 다행히 탈수 증상이 올 정도로 날이 덥지는 않지만, 빨리 마실 물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번째도 얼마 못 버티겠네. 다른 생존자들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대략 100여 명 정도가 타고 있던 비행기가 조종사의 실력 덕분인지 가까스로 섬 근처 바다에 동체 추락했다. 하지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른 생존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비행기 잔해에서 쓸만한 물품들을 주워 모았고, 비행기 터빈 근처에서 다른 탑승객의 가방을 주우려다 그렇게 첫 번째로 죽었다.


분명 '펑'소리와 함께 내 몸을 내동댕이 치는 게 느껴졌고,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몸에 어떠한 상처도 없이 멀쩡했다. 다만 내 몸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처음 보는 남자의 몸. 아, 처음 보는 남자는 아니다. 분명 비행기에서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몸이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 내 몸보다 덩치는 크고, 훨씬 근육질이었지만 대머리였다. 드웨인 존슨을 연상시키는 2번째 몸으로 깨어난 나는 몸이 바뀌었다는 것과 함께,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지식도 일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미 육군에 있다가 전역,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니아]


이 사람의 생존 지식 덕분에, 무인도에서 그동안 2달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조대는 보일 기미는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물을 구하기 위해 다시 움직여야 했다.


'바스락, 투둑!'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생동물인가? 아니다. 2달 넘게 생존하면서 토끼보다 큰 야생동물의 흔적을 본 적이 없다. 분명 다른 생존자다.


"호시 사라미면 박수를 치고, 아니라면 석 거지시오. Clap if you're a person, or get out of the way!"


외국인일지도 몰라 영어로도 말했다. 2번째 몸이 미국인이다 보니 오히려 한국어 발음을 하기 어려웠다.


짝!


박수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덤불을 헤치고 나타났다.


"생긴 건 서양 놈인데, 한국말을 할 줄 아는군. 혹시 생존자요? Are you survivor?"


"한국말 잘 함니다. 바름이 자를 안되서 그럼미다. 2달 전 비행기 사고 생존자입니다. 하라버지도 생존자이심니가?"


"오 그렇군. 나도 생존자일세. 이렇게 오랜만에 대화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군."


오랜 생존으로 옷 자체는 많이 헤졌지만, 오히려 정정해 보이시는 할아버지는 근처에 물이 나오는 곳을 알고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나 또한 물을 못 마시면 죽기 매한가지였기에, 함정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안에 동의했다.


"그나저나 하라버지는 어떻게 사라나므셔나요? Damm it! 왜 이러케 발음이 안 되는 거야?"


"흐음. 자네 혹시 미국 사람이 아닌가?"


"엄밀히 마라면 아니임니다. 무언가가 터져서 분명 죽어다고 생각해는데, 눈을 떠보니 이 몸이어슴니다. 원래는 한국 사람입니다."


"역시 자네도 한 번 죽고 나서 몸이 바뀌었구먼.. 그럼 이번이 2번째 몸이겠고만?"


"Yes. 혹시 하라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는 사고 이후의 이상한 사건들을 알려주었다. 할아버지 또한 무인도에서 죽고 나서 몸이 여러 번 바뀌었고, 나와 똑같이 새로 바뀐 몸의 지식을 일부 흡수했다는 것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몸이 바뀌었는데, 5번째 몸이 바뀌고 나서야 규칙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Pattern? 몸이 바끼는 것도 이상한데, 규칙도 이다구요? 그게 무어인가요?"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갑자기 흙바닥을 맨손으로 파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한동안 흙을 파던 할아버지는 금방 지치셨는지, 나를 쳐다보면 도와달라고 했다.


"이것 좀 도와주겠나? 사람 1명 정도 들어갈 공간이면 되네"


'사람 1명이 들어갈 공간? 뭐지. 이것은 함정이고 나를 묻겠다는 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순간 번뜩 의심이 들어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상대는 아무리 몸이 바뀌었다고 해도 약하디 약한 노인의 몸이다. 하지만 주위에 무리가 있을지도 몰라 귀를 쫑긋 세우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품속에서 날카로운 단검을 꺼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네.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이 안에 들어가는 건 자네가 아니라 나니까."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순간 자신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쿨럭, 익숙지 않네. 젠장. 커억"


쏟아지는 피를 손으로 막지도 않던 할아버지는 구덩이 속에 스스로 몸을 눕혔다. 놀란 나는 재빨리 할아버지 손에서 단검을 빼앗았다.


"미쳐습니까? 왜 갑자기?"


"아까 그 규칙 때문일세. 이 무인도에서 죽고 나면 다른 생존자들의 몸으로 바뀌게 되는데... 쿨럭!... 그때 제일 가까이 있던 생존자의 몸으로 바뀐다네... 커어!.... 지금 이 몸도... 50년 지기 내 친구의... 몸이지..."


"그럼 하라버지는 지금 내 몸을 가지기 위해서?"


"맞네 크크크. 여기 이 무인도...에.. 서 살기... 위해서... 이... 몸은... 너무..."


미처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할아버지의 숨은 끊어졌다.


'만약 이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 미국인의 몸을 할아버지에게 빼앗기게 된다는 의미다. 그럼 원래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의 촉감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 몸이 바뀌지 않았다면, 아쉽지만 지금 내가 먼저 죽는다면? 할아버지는 이 몸으로 못 들어오고, 나는 다른 몸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도박이다. 몸이 아닌 영혼을 걸고 하는 도박. 나는 단검을 왼쪽 손목에 가져갔지만 머뭇거렸다.


"나를 죽여서 남을 뺏는다고? 젠장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단검을 할아버지 시체 옆에 집어던졌다.


부스럭, 탁!


다른 생존자인가? 젠장 지금이라도... 나는 집어던진 단검을 손에 쥐었다.


"害するつもりはありません。 I don't mean to hurt you.(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Stop!, are you survivor?(멈춰!, 당신은 생존자인가?)"


"Yes, I am survivor. You look like you need help?(생존자입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네요.)"


일본어로 처음 말을 건 그 생존자는 해칠 의도가 없어 보이는 의도로 양손바닥을 보이면 천천히 다가왔다.


"I know you didn't kill this man. Maybe this survivor took his own life to take your body.(당신이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아마 이 생존자는 당신의 몸을 빼앗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죠.)"


이 일본인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말하면서, 매고 있던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내가 아직 의심이 남아 있는 눈초리로 그 사람을 쳐다보자, 그 일본인은 자신이 먼저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나에게 건넸다. 오랜만에 물을 마신 나는 정신없이 물통을 비웠다.


"I'm sorry. I couldn't drink water for 3 days.(미안합니다. 3일 동안 물을 못 마셔서.)"


"That's all right. Come to think of it, this guy took his own life to take your body?(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당신의 몸을 빼앗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맞습니까?)"


"I didn't kill him. But I'm going to change my body soon.(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곧 몸이 바뀌겠지요.)"


나는 체념하듯 대답했다. 그러자 일본인은 미소를 띠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Don't worry. The body changes only when you accident or die of natural causes. If you kill yourself, your body doesn't change.(걱정하지 마세요. 몸이 바뀌는 것은 오직 사고 혹은 자연사했을 때뿐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몸이 바뀌지 않습니다.)"


"So, this old man..."


"Yeah, he just did something stupid. It's fate that we met like this, so would you like to join our group"(네, 그는 그냥 멍청한 짓을 한 겁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그룹에 합류하시겠습니까?)"


"Thank you. My name is...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이번 소설은 아주 예전, 대학생 시절에 작성했던 아이디어 노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게임 설정으로 쓰려고 작성해둔 내용이었는데,


플레이어는 비행기 추락으로 정체불명의 무인도에 떨어졌다.
플레이어의 능력치는 직업에 따라 랜덤이지만, 사망하면 다른 생존자의 몸으로 환생한다.
그때 이전 캐릭터의 능력을 일부 가져온 상태로 환생한다.


그렇게 최대한 오래 생존하는 게임의 설정으로 작성을 했었었다.


소설을 쓰다 보니 다국적 탑승객이 타고 있는 내용으로 진행이 되었고, 한국어 대신에 외국어가 들어가야 했다.


(도움을 준 파파고에게 땡큐 베리감사. 틀린 부분이 있다면 파파고를 탓하기를)


아무튼 이렇게 '초단편 소설'쓰기 챌린지가 무사히 끝났다.


초기 3일까지는 예전 글감이 있어서 쉽게 쓰기는 했지만, 4일부터는 머리를 쥐어짰다. 정말 안 나오더라.


첫 3문장을 쓰고 지웠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최소 1시간을 잡아먹다 보니, 퇴근하고 유튜브 볼 시간도 없었다. 집중이 안 되어서.


다음 주 챌린지는 좀 쉽고 빠른 것으로 가기 위해서


[아침 3분, 저녁 3분 플랭크 하기]로 정했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 초 단편소설 쓰기 4일차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