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끝까지 살아냈습니다
스물셋, 어느덧 성탄절을 지나 보내고 곧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불빛과 캐럴이 거리를 채웠다가 하나둘 철수하는 이 계절의 끝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안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모두가 다음 해를 이야기할 때, 나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왔는지를 되묻습니다.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던 감정들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고, 계절이 바뀌어도 쉽게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남아 하루의 리듬을 흔들고, 숨의 깊이를 바꾸며 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울과 불안은 이를 악물고 버텨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요. 밀어낼수록 더 선명해지고, 외면할수록 더 크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배웠습니다. 그것들은 나의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감정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음을 거슬러 헤엄치기보다는, 그 위에 몸을 맡긴 채 방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겨내려 애쓰기보다, 오늘의 물살을 읽고 유영하며 숨을 고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도요.
그리고 나는 우울과 불안을 유독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강점과 약점을 품고 살아가듯, 이 예민함 또한 나의 일부라는 것을요. 남들보다 쉽게 상처받고, 깊이 가라앉는 이 마음을 없애려 애쓰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끌어안는 쪽을 선택해보려 합니다. 부족함이라 여겼던 부분들이 어쩌면 나를 더 오래 버티게 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제는 조금 믿어보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약을 삼켜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래, 오늘 하루만 더 살아내 보자.
거창한 각오도, 먼 미래를 향한 약속도 아닌, 단지 오늘을 향한 조용한 다짐이었습니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지쳐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조금 더 괜찮아져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나는 오늘을 살아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우울과 불안을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아주 조금씩 배우고 있는지도요. 넘어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다시 일어나는 방법 또한 몸에 배어간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약해졌다고 느낀 순간들조차 결국은 나를 지탱하는 근육이 되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기를요. 부디.
이 글을 덮는 지금도, 저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흔들립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흔들리는 나를 잠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멀리 온 것이라 믿어보려 합니다. 살아낸 하루들이 쌓여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듯, 내일도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아, 참. 이만 저는 붕어빵을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겨울 저녁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손을 녹이며, 아직 따뜻한 것들이 세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러요. 오늘을 살아낸 사람에게 허락된 작은 보상처럼, 달콤하고 뜨거운 한 입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