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인정하지 않는 그 단순한 진실을 모른 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사소한 계획을 제외하면, 인생은 내가 세워둔 계획의 선을 따라 곧게 흘러가 주지 않는다. 중학생 때부터 스무 살이 되면 나는 분명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될 거라고 이미 확신한 사람처럼 살았고, 막연함 속에서도 이상하게 그 꿈을 현실처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미용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손끝으로 누군가의 하루 분위기를 바꾸는 일을 하고, 말 한마디의 온도로 그날의 감정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한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한때 감당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 속에 매일 들어가 살아가고 있다. 한때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너무 힘들어 경상도의 조용한 마을로 도망치듯 내려갔던 내가, 다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한복판으로 이사를 왔다.
인생은 참 묘하고, 예측할 수 없고,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바다의 파도도 일정한 모양으로 밀려오지 않는 것처럼, 삶의 흐름 역시 언제든 달라지고 때때로 거칠게 뒤집힌다.
그런데도 내 뇌는 끊임없이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을 키운다. 상상이라고 해야 하나, 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헷갈릴 정도다. 지나치게 현실적인데도 비현실적이고, 염려하는 듯하지만 실체가 없다.
‘내가 만약에 퇴사를 하면 이직은 금방 할 수 있을까?’, ‘글만 쓰고 싶은 마음에 따라 살면 과연 행복할까?’, ‘그래도 스트레스받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같은 질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든다.
월급날 통장을 스치는 월급을 보며 살다가 결혼도 못하고 어느 순간 인생의 끝에 도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나는 월세를 내기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이런 생각들이라고 해서 내 미래가 실제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불안한 상상 하나가 걱정을 하나를 더 얹어줄 뿐이고, 새로 쌓인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끌어오며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손가락 하나로 건드렸을 뿐인데 연달아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오히려 더 좋은 일이 가득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내가 불안하게 바라보는 순간, 미래가 정말로 불안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릴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내가 키운 상상이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걸 느끼며, 한편으로는 그 상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여전히 그 상상 속에서 길을 찾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알 수 없다는 것은 결국 가능성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계획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도 흘러갈 수 있다는 여지를 품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지금의 내가 몰라서 불안해하는 그 미래가, 어쩌면 지금 상상하는 어느 버전보다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삶답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오늘의 생각에 파묻히지 않으려고 한다. 불안 속에서 잠시 흔들리더라도, 다음 파도가 넘실거릴 때 다시 균형을 잡아보려고 한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떨리면서도, 동시에 그 알 수 없음이 주는 자유를 조금은 긍정적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물론 한 가지 정도는 확실하다. 내일 저녁엔 대방어를 먹을 예정이라는 것. 그것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루어낼 예정이다. 소주 한잔을 곁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