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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un 08. 2021

우리 만남엔 꼬리가 붙었지

축 쳐진 꼬리의 배웅, 살랑이는 꼬리의 마중, 만남의 앞뒤로 꼬리가 붙는



우리 만남엔 꼬리가 붙었지


“꼬리는 꼭 챙겨라 이서방 먹게”


엄마는 장어 꼬리만 쏙쏙 챙겨서 한쪽에 몰아놓았다. 바깥으로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뜨거운 태양과 이마로 닿는 차가운 바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엄마는 계절을 앞당겨 남편과 내가 더위를 먹을까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장어를 먹고, 굽고, 싸고 있었다.


남편은 주말에도 일이 있어 바빴다. 나는 친구들과의 약속 및 친정집에 새로 탄생한 물고기를 본다는 이유로 혼자 친정에 왔다. 친구들과 즐겁게 저녁을 먹고, 부모님과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같이 느긋하게 영화도 보고 집에 가려고 나선 때였다. 엄마는 나에게 같이 산책이나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엄마와 팔짱을 끼고, 손에 이끌려 걷다 보니 장어집에 들어와 있었다.


“내가 어제부터 생각했어, 날씨 더워지는데 너랑 니 남편 장어라도 맥여야 겠다구.”


장어보다는 탕수육, 보약보다는 닭다리 하나가 우리 부부에게는 더 몸과 스트레스에 좋다고요!라고 우겨봤자 어차피 안 들으실 거기 때문에, 또 내가 그냥 가면 밤새 속상하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엄마의 뜻을 따랐다. 엄마와 나는 숯불 아래서 장어를 구워 먹고, 남편것도 따로 포장했다. 


버스정류장까지 장어와 야채 꾸러미, 엄마가 싸준 반찬까지 양손에 가득히 들려 나를 차에 태우고서야 엄마의 배웅은 끝났다. 집에 도착해서 보낸 내 카톡에 엄마는 “잘 들어갔다니 다행이다. 장어라도 들려 보내니 마음이 안심이다.”라는 답변을 보냈다.


엄마는 그래도 내가 혼자 살지 않아서 배웅하는 길에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나 혼자 살 때는 위험하지 않게 조심해라, 잘 챙겨 먹어라 라고 잔소리가 꼬리로 줄줄 달렸다. 지금은 배웅과 함께 음식물이 딸려온다. 우리 집의 냉장고 안까지 엄마의 배웅은 이어져 있다. 이제는 내 남편의 입 속에 들어가 있는 장어 꼬리처럼 엄마의 작별의 인사는 꼬리가 길~~ 다.


나보다 빠르게 퇴근하는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오는 나를 위해 정류장으로 나와준다. 회사를 마치고 요가를 마친 후 버스에 올라 카톡을 보낸다. 


“20분 뒤면 도착이야.” 


하의는 추리닝에, 런닝 위에 바람막이만 걸친 아저씨가 마중을 나온다. 길게 나온 실밥이 급하게 나온 남편 모습이랑 똑같다. 꼬랑지가 어쨌건 마중을 나오는 마음은 늘 고맙고 기쁘다. 가끔은 버스에 타기 전 먹을거리를 사서 가는데 검은 봉지를 손가락에 쥐고서는 생동감이 퍼질 남편의 얼굴을 생각하면 꼬리뼈가 쭉 펴지는 기분이다.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는 키우지 않지만, 마중을 나온 그의 엉덩이를 툭툭 친다. 예전에는 퇴근을 할 때면 하루가 끝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마중을 나온 남편을 보면 새로운 저녁이 온 것 같다.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남겨놨다가 깨물듯이, 아직 과즙이 남았다며 남겨진 하루가 꼬리를 살랑이며 위로해주는 것 같다. 


또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따라오는 축 쳐진 꼬리 같은 배웅, 만남을 기뻐하며 살랑거리는 강아지 꼬리 같은 마중. 만남의 앞뒤로 붙는 마음의 꼬리들 같다. 옛날에는 그런 것들이 요식행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엄마의 잔소리처럼 길고 긴 요식행위라도 지금은 그 반가움의 꼬리들이 고맙다. 엄마가 챙겨준 장어 꼬리처럼 따라오는 길고 긴 다정한 마음들을 생각하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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