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쓰지 않고도 다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친구의 선물을 사려다가 <잔소리 티셔츠>라는 티셔츠를 발견했다. 대학 어디 생각하는지의 잔소리는 5만원, 둘째 낳으라는 잔소리는 50만 원이다. 주문제작으로 내용을 쓸 수도 있다. 제작자는 재미로 만드신 거겠지만, 티셔츠가 만들어지기까지 온라인 상에 이런 애기가 왕왕 돌기는 했다.
근원이 된 이야기는, 검색만 해도 나오는 커뮤니티에 왕왕 도는 ‘잔소리를 할 거면 돈으로 줘라’라는 유행어 같은 댓글들이었다. 우선적으로는 잔소리나 충고를 듣기 싫다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 할 거면 ‘돈’이라도 줘야 들어볼 마음이 든다는 건 아닐까. 남이 나를 언짢게 하는 것도 물질로 참아낼 수 있는 거라면 새삼 돈의 힘이 참 대단하다.
돈으로 불쾌감을 참을 수 있다면, 돈으로 다정해질 수 있다. 내 삶의 화두 중 하나인 <다정해지기 연습> 그리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데에, 물질로 해결하는 다정함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작년에는 친한 사람 덜 친한 사람 가릴 것 없이 작은 선물이라도 했었다. 카카오톡이 주변인의 생일을 부지런히 알려준 덕분이었다. 평소에는 잘 연락을 하거나, 자신의 신변에 대해서 (‘나 곧 생일이다!’ 등등)을 나누지 않을 관계라도 카카오톡은 우리 사이에 연락처 교환이 있다는 이유로 알림을 해주었다. 때문에 오래간만에 누군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간단한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내 생일 때도 많은 친구들이 선물을 보내줬다. 고마운 일이었다. 나 또한 마음을 썼고, 그들 또한 나에게 마음을 썼으리라. 하지만 앞으로도 서로 선물만 하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선물 이외에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됐다. 서로 받았을 때 기분 나쁘지 않을 무난한 선몰. 이를 주고받는 일이 고맙기는 하지만 의레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질적인 방법이 아니라도 다정함을 전할 수 있는 방법. 그걸 알고 실천하고 싶었다.
‘나는 솔로’를 보다가 한 출연자의 행동에 시선이 머물렀다. 한 여자 출연자는 그가 자연스레 멀리 있는 반찬을 놓아주는 모습에 마음이 갔다고 했다. 그의 자연스러운 배려는 여자 출연자들 사이에 좋은 평가르 받았다. 탁자에 앉았을 때 창가의 햇빛을 자연스레 막아주는 모습, 누군가의 아픈 다리를 신경 써주는 모습 등 배려심이 있는 모습이었다. MC들은 저런 것들은 연습한 것이 아니라 몸에서 배어있는 매너라고 칭찬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신변을 살피고,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그것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챙겨주는 것. 그런 배려심이 돋보이는 출연자였다. 그런 다정함은 남을 살펴볼 줄 아는 시선과, 그를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공감능력에서 나오리라.
나 또한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서 적절한 조언을 해 준 선배, 최근 내 취향의 책을 빌려준 친구, 서류에서 틀린 부분을 티 나지 않게 고쳐준 동료 등. 나의 상황과 나의 필요를 느끼고 생각하고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느꼈다.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다정함은 아무래도 선물이나 물질이 빠르고 명쾌하다. 그래도 늘 물질적인 것으로 배려를 채울 수는 없다.
잔소리를 하며 돈을 주라는 말은,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말이라기보다. 그간 서로 간 거리를 두고 있는 사이에서 충고나 조언을 할 만큼 가깝지 않고, 그런 경우 관계의 공백을 잔소리로 메우려 하지 말라는 냉소일 것이다. 그럴 거라면 돈으로라도 메워라 라는 뜻으로 들린다. 물론 돈으로 전부 메울 수도 없고.. 돈으로 마음이 해결될 수 도 없다.
때문에 다정함이 몸에 배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많이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이 그럴 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고.. 잔소리나 충고를 하기 전에, 그 사람과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봤을 때 그에게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돈으로 다 되지 않는 위로나 따스함이 더 어려운 법이다. 이래서 다정해지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