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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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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Aug 27. 2024

예진아씨, 세상에 첫발을 딛다.

산파일기

반나절 뜸 들인 아기는

삼 십여 분 폭풍 같은 진통에

세상으로 왔다.

가는 탯줄은 잠시 통통 뛰더니

마침내 제 할 일을 마치고

고운 마음 담긴 아버지의 손에 잘려나갔다.

"옜다!

네 힘으로 살거라! "

아버지의 기도에 엄마와 아기의 마음은 잔잔해졌다.


슬그머니 나가

쌀 한번 씻어내고,

두 번째 비벼대어 나온 쌀뜨물을 받는다.

쫑쫑 찢어 부드러워진 황태로 시원함을 더하고

구수한 남해의 멸치로 깊은 맛을 우린다.

죽염으로 간을 하고

푹 끓여

애쓴 이들에게 올리는 미역국 한 상.

살이 되고 피가 될 음식으로

뽀얀 젖이 퐁퐁 샘솟기를,

기진해진 몸에 힘을 주기를,

싹싹 비워진 상을 보는 기쁨은

아기를 처음 안았을 때에 견줄만하다.


고맙고 감격스러운 아기 받는 일,

오늘,

또 한 생명이 대한민국에 첫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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