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핫플 카페에서 혼자 브런치 먹는 즐거움
주말 아침, 모닝콜 없이 스르륵 눈을 뜬다.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비친다. 더 잘지 말지 고민한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는다.
고요하고 정갈한 공기. 오롯이 내 숨소리만 들리는 뽀송뽀송한 침대 위.
아무도 나를 깨우거나 무얼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잘지, 말지를 즐겁게 고민한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가서 브런치를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 당장 그 카페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드름 전용 폼클렌징으로 세수만큼은 꼼꼼하게 한 후, 로션을 대충 챱챱 바른다. 선크림은 매우 중요하므로 듬뿍 바른다. 눈썹은 포기할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많이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서 대충 슥슥 그린다. 이 즐거운 찰나의 순간을 옷 고르는 데에 낭비할 수는 없다. 대충 어제 입었던 옷을 위에 티셔츠만 바꿔 입는다. 완벽해!! 차키와 카드지갑, 폰, 책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리 선곡을 한다. 오늘은 출근길에 매일 듣는 경제 관련 채널이 아닌, 청량하고 신나는 k팝을 들을 것이다. 평일에 직장으로의 출퇴근으로 운전을 많이 해서 주말에는 웬만하면 운전을 안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예쁜 카페에 브런치를 먹기 위해 운전을 하는 건 오케이다. 신나게 10분 정도를 달려 카페에 도착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많아지는 핫플이기 때문에 일찍 와야 한다. 주차장을 보니 그래도 아직 사람이 많이 몰려들지 않았다. 관성처럼 내가 늘 주차하던 자리에 주차를 한다. 옆에 벤츠가 있으니 긁지 않게 한번 더 조심해 본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알록달록 먹음직스러운 빵과 케이크들이 가득하다. 올 때마다 달라지는 빵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무슨 빵을 먹을까 두근거린다. 저번에는 고르곤졸라향이 나는 쌀식빵과 소금빵을 골랐는데, 그 쌀식빵이 너무 맛있었다. 오늘도 그걸 고를까 하다가 호기심 대마왕인 나는 이번엔 루꼴라가 가득 올라가 있는 치아바타를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빵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다.
향긋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과 고소한 빵 한입. 입 안에서 퍼지는 즐거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생긴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책을 펼쳐든다. 재미있는 책에 맛있는 브런치, 그리고 예쁜 공간에 있는 나. 주말 오전의 여유로움이 너무나도 좋다. 그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던 와중에 예전에 직장 동료와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결혼하면 말이야, 내가 뭐 먹고 싶을 때 같이 가줄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게 좋아. 친구는 연락하고 약속을 잡아야 하잖아? 남편은 그냥 같이 갈 수 있어. 물론 남편이 너무 안 피곤하면 말이야."
"그냥 혼자 가면 되지 않아?"
"혼자는 외로워서 어떻게 가. 그러니까 결혼하는 게 좋아."
그 순간 카페를 살펴본다. 각 테이블마다 연인 또는 가족이 앉아있다. 외곽에 좀 떨어있는 대형카페라 그런지 혼자 온 사람은 아직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들은 혼자 온 나를 외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직장 동료처럼. 그러나 나는 정말 그 시간이 평화롭고 행복했다. 이 기분을 그들은 알까.
1인가구, 저출산 등 이슈가 많지만 아직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는 것이 주류인 한국 사회에서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나는 혼자서도 잘 살고 있노라고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피곤함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억울했다. 내가 혼자서 핫플 카페에 오는 게 외롭지 않다는 걸 왜 증명해내야 하지? 그리고 설령, 내가 외롭지 않다고 해도 그들은 왜 '아, 외롭지 않은 척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해 버리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늘 마음 한구석에 반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야. 내가 그들의 생각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으면 돼. 그러면 반감을 가질 이유가 없어.'
이런 생각을 가지자 나는 갑자기 자유로워졌다. 그렇지만 주류인 사람들에게 정말로 궁금하다.
- 혼자 브런치 먹으러 가는 게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