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우 Jul 11. 2024

여태까지 왜 결혼을 '못'하고 부케를 받고 있어!

결혼을 '못'했는데 부케 받다가 혼난 썰


친구의 결혼식에서 부케순이를 하기로 했다.

곧 결혼할 예정이냐고?

아니!

결혼 예정이 없고 할 생각도 딱히 없다.

결혼은 나에게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그만큼 내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 영역이다. 

5월의 날씨 좋던 날,

그저 친구를 축하해 주는 마음에서

부케를 받아주기로 했다.


막상 부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신경 쓸 것들이 있었다.

그냥 깔끔하면서도 편하게 입고 가려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사진도 찍히고 지인들이 볼 텐데

너무 신경을 안 쓰고 가면 친구 체면이

안 설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신경을 쓰고 가면 신부보다 튈 수 있으니

그 사이 어디쯤 적당한 선으로

원피스를 사 입었다.

백 년 만에 신는 구두를 신고 지하철을 타고 갈 자신이 없어서

종이가방에 구두를 넣고 운동화를 신고 갔다.


식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가족들정도가 도착해 있고

신부대기실에는 신부가 없다.

찾아 보니 식장안에서 사진을 찍고 리허설 중이다.

신부대기실이 붐벼서 제대로 못 볼까 봐

일찍 왔는데

너무 일찍 왔나 보다

30~40분이 지나서야 신부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식이 끝나고

지인사진을 찍는 타임이 왔다.

주목받기 싫은 나는 습관처럼 뒷줄 끝쯤에 자리를 잡는다. 그때, 사진사가 부른다.

“부케 받는 친구 어딨어요?”

“전데요!”

“앞에 와서 신부옆에 서세요”


부케순이가 신부옆에 서서 사진 찍는 줄 몰랐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부케를 열심히 받았다

친구가 똥같이 부케를 던졌지만

난 찰떡같이 잘 받았다.


모든 사진 촬영이 끝났다.

그 때 갑자기 누군가 다가오더니 소리쳤다.

“ㅇㅇ야!! 아니 왜 여태까지 결혼을 못하고 부케를 받고 있어!”

나는 지금 내가 무슨 소릴 들었나 어이가 없어서 얼굴을 봤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어? 뭐라고? 누구... “

이렇게 되묻는 그 찰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던 얼굴마저 가물가물한 동창.

그러자 그 동창은 유치원생정도 되어 보이는 딸을 옆에 두고 다시 한번 말한다.

“아니 왜 여태까지 결혼을 ‘못’하고 부케를 받고 있냐고!”


나 지금 잘 못 들은 건가? 순간 너무나 불쾌하고 황당했다.

그 때, 사진사가 부케친구는 부케를 가져가라고 불렀다.


부케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그 순간, 내가 지금 조선시대에 살고 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얼굴도 가물가물한 친하지도 않았던 동창이

십몇년만에 만나 하는 첫마디가

결혼을 왜 못했냐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끔 이런 기혼허세를 부리는 여자들이 있다.

어떤 남자를 만나서 살든 간에 결혼한 나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미혼을 틀렸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자신의 삶에 대한 바운더리가 얼마나 결혼 안에 갇혀있길래 저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걸까.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고 있는 시대에서

아직도 옛날의 사고방식과 관습만이 옳은 정답이라 명명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하하는 사람들.

그 속에 갇혀서 사는 그들을 보면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또는 그것이 백 프로 정답이 아닌 걸 살면서 느꼈지만 이미 결혼을 해버렸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을 깎아내리며 정신승리를 하는 것일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