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문 식탁
월세와 맞먹는 스캐너를 사고 벌벌 떨었고 자주 와인을 마시면서 작업을 했다. 휘핑 없는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맛도 모르는 맴버들과 이마트에서 젤 싼 싸구려 와인 파티도 했다. 그냥 먹어도 모자랄 비싼 체리랑 블루베리를 사다가는 남은 와인에 담갔다가 조금 후회를 했고 치즈도 원없이 먹었다. 왕창 놀았다.
전시를 열고 계약을 하고 혼자 일하며 꾸준히 계속 무언가 하려면 끊임없이 부지런 떨어야 한다고 엄마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데 그렇다고 내가 정신을 잃은 부분은 또 어디냐? 사실 부모님의 걱정과 염려의 포인트를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때 마다 나의 불안함은 일단 뒤로 한 채 걱정말라고 잘 할 거라는 대답을 해야하는 것 또한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효리 언니 말처럼 훌륭한 사람 말고 그냥 아무나 돼서 뚜싯뚜싯 룰루랄라 느릿느릿 엉망으로 살고 싶다.
왠지 들뜨고 흥이 나는 날은 알고보면 금요일일 때가 많다. 일단 딱 한 잔만 마시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