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잘 지내고 있지? 어제는 코피 났다며 오늘은 괜찮니? 공부 너무 열심히 했나 봐!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러긴 힘들 테고. 아마 겨울이라 점막이 건조해져서 그랬을 거야. 잘 때 바셀린을 면봉에 묻혀서 콧구멍 안을 살살 돌려가며 발라봐.
지난번 엄마의 길고 정성스러운 편지에 남긴 짧은 답글 잘 읽었어. LA 레이커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 일정과 점수를 알려달라고 했지. 돈치치 선수의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기록과 함께. 편지에 대한 느낌과 감동을 기대했건만, 역시 아들!
네 덕에 NBA를 매일 검색하고 있어. 관심도 없던 스포츠 메뉴를 콘텐츠 우선순위로 해뒀지. 두 팀의 경기가 거의 매일 있더구나. 그때마다 결과를 알려주긴 어려워. 주 1회 정도 정리해 줄게.
돈치치 선수가 떠난 매버릭스는 1번 이기고 1번 졌어. 그를 영입한 레이커스는 1번 지고 2번 이겼어. 어제 돈치치 선수는 32 득점, 10 리바운드, 7 어시스트라는 대기록을 세웠어. 네가 좋아하는 선수가 잘하니 기분이 좋네. 그런데 결과만 알아도 경기 장면이 그려지니? 참 신기하구나!
돈치치 선수만큼 궁금하진 않겠지만, 가족의 근황도 알려줄게. 엄마는 네 방을 정리했어. 이제 책상 상판이 보여. 중고 서점 가서 책 3권을 팔았는데 4,000원을 주더라. 거기에 800원을 보태 북 클립을 샀어. 읽지도 않은 최상급의 책은 헐값인데, 새 물건은 참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지갑을 열었지.
아빠와 건강검진도 했어. 검진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건강검진은 건강을 해치는 것 같아. 금식도 하고 피 같은 내 피를 세 통이나 뽑아야 해. 방사선 쬐고 몸 여기저기를 쑤시고 찔러야 하고. 하지만 이렇게 내 몸을 스캔하고 나면 안심이 돼. 관리의 중요성도 느끼고.
엄마는 작년보다 몸무게가 800g 늘었대. 근육이 400g, 지방이 400g. 근육을 더 늘려야겠어. 아빠는 4.8kg 늘었는데, 그중 지방이 4kg이래.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앞으로 잔소리 좀 해야겠어.
위내시경으로 검사하면서 네 생각이 났어. 입소 전에 속이 쓰려서 검사했었잖아. 그때 엄마가 뭐든 경험해 봐야 하니 비수면으로 하라고 했었지. 그랬다가 중간에 못 참고 울면서 뛰쳐나오고 고생했었지. 그때 미안했어. 넌 엄마랑 다른데, 엄마 기준으로 판단해서.
건강검진을 다 마치고 죽을 먹었어. 15시간 정도 물 한 모금 못 먹다가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어. 밥의 고소한 냄새만 맡아도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졌어. 죽이 목구멍을 넘어가니 부드럽고 따듯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갔지. 곁들여 나온 시원한 동치미와 아삭한 깍두기도 깨끗하게 비웠어. 올해 최고의 만찬이었어! 뭐든 결핍이 있어야 그 가치를 알게 되나 봐.
그곳의 너도 그렇겠지. 얼마나 자유가 그립고, 하고 싶은 게 많겠어. 해방의 그날이 오면 더 값지게 즐길 수 있을 거야. 절제와 억압의 시간을 잘 견딘 자의 특권이지. 같이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레드처럼. 그때 쇼생크 감옥이 기숙 학원 같다고 했었지? 너는 죄수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던 앤디는 친구 레드에게 이렇게 말했지.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영화 자막에는 ‘바쁘게 살거나, 바쁘게 죽거나’로 번역했었어. 뜻이 이상해서 다시 찾아보니 ‘기를 쓰고 살거나, 아니면 기를 쓰고 죽거나’로도 나오더라. 엄마는 후자가 더 마음에 들어. 죽든 살든 각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앤디는 희망을 택했어. 결국 탈출에 성공했고, 습관처럼 얘기하던 멕시코의 해변 마을인 지후아타네호(Zihuatanejo)에 이르렀지. 앤디에게 지후아타네호와 같은 명확한 꿈이 없었다면, 오랜 감옥 생활을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너의 지후아타네호는 어디일까? 내년에는 그곳 강의실에 앉아 있겠지. 그곳에 다다른 네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길 바란다.
2025. 02. 25. 화요일
사랑하는 엄마가
PS. 네가 기다리던 지드래곤이 드디어 오늘 3집을 발매했어. 앨범명은 [Übermensch]. 수록곡은 TOO BAD(타이틀 곡), DRAMA, IBELONGIIU, TAKE ME, BONAMANA, GYRO-DROP이야. 오늘 멜론 차트 1위는 TOO BAD. Home sweet home과 Power를 포함한 3집의 8곡 모두 18위안에 있어.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