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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3

by 철부지곰 Mar 16. 2025

사랑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지금 네 방이야. 네 어릴 적 사진이 혀를 살짝 내밀고 엄마를 보며 웃고 있구나. 저 아기가 벌써 커서 성인이 됐다니. 엄마의 노화와 너의 성장이 함께 느껴지네.    

  

  지난번 너의 답장에 울컥했어. 공부하다가 지칠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한테 문자가 왔나 매번 확인한다고. 문자를 남기면 바로 답을 쓰기에 네게 알림이 가는 줄 알았었거든. 그런데 혹시 메시지가 도착했을까, 싶어 계속 들어와 본 것이었다니. 아무것도 없을 때가 더 많았을 텐데.     


  옛날 생각도 나더라. 엄마가 일하느라 19개월 때부터 널 어린이집에 맡겼었잖아. 퇴근하고 데리러 가면 친구들 모두 가고 너만 남았었어. 선생님께서는 문이 열릴 때마다 네가 돌아본다고 하셨어. 혹시 우리 엄마인가, 하며 기다렸던 거지.     


  긴 편지가 네게는 지루할지도,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는데, 길어서 좋다는 네 답에 쓸 맛이 나네! 사실 편지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그래서 매일 길게 쓰기는 힘드니, 반복해서 읽으면 좋겠어. 원래 명작은 N차 관람하잖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를 거야.ㅎㅎ     


  어제는 2주 만에 휴대폰을 받는 날이었지. 네 목소리를 들으니 더 보고 싶더라. 규칙적으로 생활하니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말에 안심했어. 사람은 성장감을 느껴야 힘도 나고 지치지 않지. 같은 시간이어도 멈춰있는 차 안에 있으면 답답하지만, 달리는 차에서는 신나는 것처럼.    

 

  네가 지드래곤 노래를 듣고 싶을 것 같아 간단히 통화했어. 엄마도 네 생각을 하며 이번 앨범을 자주 들어. 그동안 자연인으로 살다가 오랜만에 유튜브 보면 도파민 터지겠다고 했잖아. 네 감상평도 궁금하네.      


  지드래곤의 이번 앨범명은 위버멘쉬(Übermensch)야. Über는 Over, mensch는 man으로 ‘넘어서는 사람’이라는 뜻 이래. 네가 자세히 알고 싶을 것 같아서 찾아봤어. ‘위버멘쉬’는 철학자 니체가 제시한 삶의 목표야. 그는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설명했어.     


  “사람의 단계는 총 낙타, 사자, 어린이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낙타는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간다.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무엇을 위해 가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이끄는 사람을 따라간다. 사자가 되고 나서는 으르렁대며 반항이란 것을 알기 시작한다. 하라는 대로 살도록 강요하는 드래곤(사람 혹은 법, 종교, 도덕 등)을 부정하고 반항하지만, 단지 그 정도여서 고통과 허무를 느낄 뿐이다. 어린이의 단계에서는 삶을 놀이로 인식하고 즐기게 된다. 끊임없는 놀이를 통해서 매번 질리지 않고 항상 긍정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니체는 어린이의 단계가 바로 ‘위버멘쉬’라고 했어. 위버멘쉬와 낙타, 사자의 환경은 같아. 모든 것을 넘어서는 사람도 고통을 느낀다는 말이지. 그래서 위버멘쉬를 우리말로 초인(超人)이 아니라 극복인으로 번역해.


  오늘도 너는 짐을 싣고 사막을 걸어가야 하겠지. 학원의 규율대로 살아야 하고. 하지만 어린이처럼 지치지 않고, 너만의 세계를 즐기길 기도한다.     


2025. 03. 04. 화요일

사랑하는 엄마가

    

PS. 출근하기 전에 부랴부랴 보낸다. 오늘은 즐거운 개학 날! 귀여운 아이들 만나니 신난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다 올게! 놀면서 돈도 번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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