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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Oct 05. 2024

좋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초여름에 공간을 열고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 1년을 맞았다. 1주년을 앞두고 핸드폰에 저장된 그동안 찍은 필름 사진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 철거와 바닥 시공, 전기 설비와 어닝 설치, 페인팅과 시트지 부착 등 공간을 준비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담은 여러 장면과 1년이 지난 지금을 나란히 펼쳐 보니 많은 감정이 든다. 

 공간이 생기면 어떨지 고민하던 때부터 계약 후 공간을 열기까지 모든 순간마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어떻게 공간을 구성할지 머릿속 생각들을 종알종알 얘기할 때마다 지루해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친구들, 오픈 전 날 미리 찾아 주었던 가까운 지인, 응원하는 마음으로 드립 포트를 선물해 주신 은진 대표님, 공간에 대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슬기 씨, 양말 펀딩을 응원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는 운동화를 가득 챙겨 와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던 서영 대표님, 오픈 첫 주에 공간을 찾아 응원해 주셨던 분들까지 감사한 얼굴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통창 앞에 놓인 작업 테이블에 앉아 일을 하다 창 너머로 시선을 옮기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들이 보인다. 초여름에 문을 열어 맞은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서 감나무라는 걸 알았다. 이 자리에 앉아 감이 열리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비 오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첫눈을 보기도 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앉아 창밖을 보고 있으니 지나온 계절처럼 1년 동안 찾아주신 분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연차 혹은 반차를 내고, 여행으로, 타지에서 첫차를 타고 이곳에 와 비워둔 테이블을 채워 주셨던 분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분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마주하게 되는 분들까지. 가까이 그리고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마음이 감사한 1년이었다. 

 처음 오픈 소식을 알릴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처음부터 완전할 수 없기에 공간의 빈 여백은 공간을 찾아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담아 천천히 채워가겠다’고. 출근과 퇴근, 오픈과 마감이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1년 동안 공간을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빈 여백을 채워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있어 달라는 말, 1주년이 100주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 편안함과 위로, 용기를 주어 고맙다는 말들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2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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