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2기가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렀다. 매주 글을 쓰면서 한 주 동안 나의 일상을 살피고 그중 글로 길어 올리고 싶은 순간을 찾아 글을 썼다.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겪는 일이 유난히 많았던 두 달의 시간 동안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기억도 흘려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두 달의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마음이 많은 걸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늘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기에 힘든 날도 많았는데 그럴 때는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하고 싶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끝이 있다는 사실이 시작할 힘을 주었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지역서점 인증을 받아 4월부터 관내 도서관의 2분기 도서 납품을 진행하게 됐다. 도서관에서 보내준 희망도서를 목록에 맞춰 준비하고 순서대로 정리해 묶어 마크업체와 도서관에 가는 일을 매주 반복했다. 희망도서로 적게는 25권, 많게는 100여 권의 도서를 매주 납품했는데 그의 몇 곱절인 900여 권의 정기도서가 지난주 도착했다. 한 박스에 25권 정도 들어가는 박스로 36박스가 한 번에 도착해 택배 기사님 세 분이 오셔서 박스를 내려 주셨다.
도서 납품을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한 희망도서에 비해 정기도서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마크 업체의 작업 일정을 고려하면 그중 절반인 2주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북토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구분 없이 쌓여 있던 일반 도서와 아동 도서 박스를 분류하고 일반 도서 박스부터 하나씩 열었다.
공간 운영 시간에는 공간에 필요한 일과 외주 작업을 해야 해 대부분 평일 저녁과 휴무인 일요일에 납품 준비를 했다. 목록에 적힌 순서대로 책을 정리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는데 순서대로 구분해 쌓은 책을 수동밴딩기로 묶는 일에도 3시간이 소요됐다.
3월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디스크 증상이 심해져 무리한 날에는 미리 처방받아 둔 진통제를 먹고 잠들었다. 납품 준비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피로가 많이 쌓였지만, 줄어든 박스 양을 보고 있으면 이제 끝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이번 주는 아동 도서 박스를 하나씩 뜯어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다. 16박스 중 아직 10박스가 남아 있지만 시작했으니 곧 끝이 날 것이다. 마크 작업이 끝난 도서를 도서관에 가져가 납품목록과 대조해 가며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공간을 열면서 처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도서관 납품도 그런 일 중 하나인데 보이는 영역보다 보이지 않는 일이 더 많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4월부터 시작한 납품 업무가 마무리되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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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y write slowly
느슨하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오케이 슬로울리 온라인 글쓰기입니다. 두 달간 8편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