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를 못 찍은 이유

남대전고등학교 강연

by 배지영

KakaoTalk_20181110_111952634.jpg

남대전고등학교 한양순 선생님이 강연 요청을 해왔더랬다. 전화를 끊자마자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봤다. 우리 집에서 94km, 1시간 47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강연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쯤? 밤에 운전하고 내려올 일이 자신 없어서 고민했다.


마침맞게 대전에서 살다가 온 전은덕 선생님을 초대받았던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전은덕 선생님은 나보고 버스 타고 가라고 했다. 선생님도 버스 타고 다닌다고. 한 가지 더, 대전 남고등학교는 송중기 배우가 졸업한 학교라고 알려주었다.

오!


10월 7일 수요일 오후 4시. 나는 남대전고등학교에 있었다. 남학생들만 다니는 학교의 매력은 ‘우정의 무대’분위기라는 것. 내가 별로 웃기지 못 해도, PPT에 별스런 사진이 나오지 않아도, 무척 큰소리로 환호해준다. 박수도 아무 때고 빵빵 터진다.


빔 프로젝트가 음성지원을 안 해줘서 당황스러웠지만, 어떤 선생님이 오셔서 5분 만에 고쳐주고 갔다. 그 5분 동안 아이들이 하는 잡담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저런 아들 있었으면좋겠다, 어머니 죄송해유 등등.


바로 택견 가고 야자 해야 하는 학생들은 강연 끝나고 돌아갔다. 짐 싸고 있는데, 한 명 만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날마다 글을 쓰고 있다는 학생은 내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입력하고 ‘후배작가’라고 입력해주었다.

남대전고등학교는 언덕 위에 있다. 대전 시내 전경을 볼 수도 있었지만, 미세먼지는 그걸 허락해주지 않았다. 한양순 선생님이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저녁밥 먹자고, 안 그러면 대전 뉴욕부엌에서 따로 만나자고 했다. 그럴 수 있겠지. 그러자고 약속했다. 내년 봄에 또 강연 오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막차 시간은 저녁 7시. 시간이 좀 남아서 터미널 안을 돌아다녔다. 나는 처음 와 본 곳. 대전에서 학교 다니는 제규는 30번 이상 스쳐지나갔을 곳. 나와 제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걸 다시 실감했다.

제규는 엄마 아빠가 가보지 않은 수많은 곳을 드나들면서 살아가겠지. 웬일이람. 울컥한 게 가라앉지 않았다. 상선약수,로 먼저 알았던 한양순 선생님이 올해 봄날의 어느 한때를 얘기해준 것도 나를 흔들었다. 송파 사는 내 친구 승열은 상선약수에게 오더,를 내렸다. 군산 사는 제부에게 우리 강동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하라는.


마스카라는 번지고. 화장한 거 아까워서 셀카 찍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예쁘다고 칭찬했던 화장발은 결국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게 됐다.

KakaoTalk_20181110_111954727.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돈가스는 못 이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