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용실에 간 이유

by 배지영


언제는 빨랐냐마는, 요새는 글 쓰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
자꾸 이불 빨래를 하고 수건을 삶는 건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걸 까먹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은 일이 더욱 손에 안 잡혔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02 전화가 걸려왔다(지방 사람들은 대체로 안 받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라고 했다.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축하한다고 했다.


2018년 11월부터 '상주작가의 서점에세이'를 연재했다. 군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더구나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 너무 작은 이야기라서 책이 될 거라고 생각 안 했다.


올해 2월, 마음이 몹시 상한 일이 있었다. 일하러 카페나 서점에 가서도 글이 안 써졌다. 해찰하다가 문득 노트북에서 잠자고 있는 ‘서점에세이’를 출판사에 보내보고 싶었다. 원고를 본 새움출판사 편집장님이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하는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공모를 알려줬다. 선정작에는 1,000만원(출판제작지원금 700만원 + 저작상금 300만원)을 준다는 거다. 마감은 2월 28일, 딱 일주일 남았더랬다.


다섯 개 분야 137편을 뽑는데 경쟁률은 거의 20:1. 기대를 아예 했는데, 오늘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6월에는 창비에서 나오는 동화집 <손톱이 빠진 날>.
7월에는 21세기북스에서 나오는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그리고 가을에는 서점에세이.


1년에 책을 3권 출판하게 됐으니 내가 사치 말고 뭐를 해야 하나.
미용실 가서 파마를 ‘안 쎄게’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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