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몰아치는 밤 9시, 박능규씨는 강동지한테 전화를 했다. 택시도 안 잡히고, 대리기사도 안 오니까 집에 좀 데려다 달라고. 전화를 끊고 나자 눈보라는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10여 년 전 어느 깊은 밤, 강동지는 박능규씨한테 집에 데려다 달라는 전화를 했다. 그 시간에 박능규씨는 강동지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강동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근처를 다 뒤지고 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박능규씨는 복*를 결심했다. 물 긷기 3년 4개월, 장작패기 3년 4개월, 마당 쓸기 3년 4개월의 수련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처자식이 있는 관계로다가 속세에서 대충 배만 안 나오게 육체를 단련했다.
마침내 눈보라 몰아치는 밤, 박능규씨는 강동지를 불러냈다. 장소는 ‘외나무다리’였으면 좋겠지만 수송동의 어느 술집 앞. 영하 10도의 날씨에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박능규씨는 검을 들어 복*하려는 마음을 깜빡 잊고 말았다. 히터를 빵빵하게 켜놓은 강동지 차에 냉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