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신 맥주 '한 빙'

by 배지영



‘음악이야기’의 좋은 점을 머뭇거리지 않고 열 개 이상은 말할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좋은 점은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디제이님이 콜드 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 찰리 푸스의 ‘마빈 게이’, 로드리게즈의 ‘서칭 포 슈가맨’,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를 틀어주는 거다.

체면을 차릴 사람이랑은 ‘음악이야기’에 가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하면서 맥주 한 빙을 마시다가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면 “나 좋아하는 노래야!”라고 큰 소리 치면서 조금은 까불어도 된다는 점이다.

어제 오후 8시에 '음악이야기'에서 A를 만났다. 사실 7분 늦었다. 어제는 강썬님이 등교하는 날이었고, 그래서 1만 5천보에서 3만보 사이를 걸으며 포켓몬을 못 잡아서 해가 져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몇 달 만에 나가는 거니까 밤 12시 다 되어 들어올 게 빤해서 반드시 강썬님을 알현하고 나가야 했다.

수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사나흘 전까지 밭에 생강을 심고, 열무를 심고, 또 다른 것들을 심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그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큰시누이는 김치를 담가주면서, 간마늘을 주면서, 참기름을 주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주는 거여.”

연달아 친정어머니, 친정아버지와 작별한 A와 원도심에서 딱 한 번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나온 A는 나보고 차 어디에 주차했느냐고 물었다. 좀 먼 데 다가 세워놓고 왔는데. A는 친정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심어두고 가신 양파와 감자를 아주 많이 내 차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A는 우리 계주님처럼 한 직장에 수십 년을 다니고 있으며 반듯하고 성실하다. 어려서 만났다면 친구가 되었을까. 그때는 아마 A같은 사람이 가진 성정과 유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이 들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친구인 거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A는 아는 사람을 우발적으로 만났고, 나도 뭐 아주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 둘만 있다가 셋이 되었다가 넷이 되었다가 헤어진 ‘음악이야기’. A는 좀 마시고, 나는 늘 그렇듯이 딱 ‘한 빙’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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