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by 배지영



이웃 도시로 일하러 다니는 강동지는 아침에 국 끓이면서 반찬 하나 만들어놓고 출근한다. 멸치볶음 같은 거는 주로 일요일 밤에 만든다.

얼마 전에 강동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분이 우리 집에 오셨더랬다. 나보고 “이제 누가 살림하고 밥해요?”라고 물었다. 강동지가 해놓고 출근한다고 대답을 하는 순간, 날아온 축구공에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띵하고 얼얼했다.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만이 내 심정을 알 것이다. 세상 바보, 세상 븅딱이가 바로 나라는 자각을 했다.

며칠 동안 생각하고는 나운2동의 현자에게 물었다.

“자매야, 나 요리 학원 다닐까?”
“왜?”
“아니, 그냥. 내가 이 나이 먹어서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게 챙피해.”
“좋은 생각 아닌데. 도로주행도 안 해보고 고속도로 진입하는 것하고 똑같아. 자매는 요리학원 가면 화상 입고 사고 치면서 자존감만 낮아질 거야. 돈도 아깝고.”
“그럼 어떻게 해?”
“집에서 계란 삶기하고 두부 데우기를 해봐. 그것만 해도 먹고살 수 있어.”

어제 강동지는 집에 오지 않고 회사 숙소에서 잤다. 오늘 아침에 전화해서는 밥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걱정없지. 강썬님은 똥 마려울까 봐 등교하는 날에는 아침밥을 안 먹는다. 강제규는 스무 살 넘어서부터는 아침을 안 먹는다. 집에는 나 혼자 뿐이니까 두부김치를 해볼 절호의 기회였다.

낮 12시 조금 안 돼서 김치를 꺼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양파를 넣으면 김치의 신맛이 죽고 달달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양파도 넣고, 참치도 넣고 볶는데 프라이팬에 김치가 눌러붙었다. 기름을 조심해서 따랐는데 확 쏟아졌다. 너무 번들번들거려서 김치를 더 넣었다. 뭐가 되게 많아졌지만 긴 주걱으로 잘 저어줬다. 멀티 플레이어처럼 막판에는 두부도 따로 데웠다.

볶은 김치를 접시에 덜고, 뜨거운 두부를 칼로 썰어서 상을 차렸다. 분명히 배고팠는데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뭐 때문인지 팔이 덜덜 떨려서 밥을 푸지 못하고 식탁에 앉았다. 그래도 사진을 찍어서 강동지한테 보냈다.

“밥 차리는 사이에 입맛이 달아났어.ㅠㅠ”
“점심이야? 맛있는 거 좀 시켜서 먹지.”
“30분에 걸쳐서 김치 볶고 두부 데움.”
“ㅋㅋㅋㅋㅋㅋ 고생하네.”
“맛이 없어. 팔에 힘도 없고. 밥을 못 퍼.”
“무조건 시켜 먹어.”

내가 앉은 쪽에서 싱크대가 보였다. 뭐 하지도 않았는데 설거지거리가 한 가득 쌓여있었다. 제로이던 식욕은 바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모자란사람의요리
#가망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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