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by 배지영

작년 12월 29일엔가 30일에 출근하고 보름 만에 노트북 싸서 서점 작업실로 갔다. 거의 1시간을 해찰한 뒤에야 일 시작했다. 원고지 30장(불가능한 꿈을 갖자) 쓸 각오였는데, 강썬님이 보낸 사진 4장을 보았다.


“엄마, 배지영 작가님 앞으로 택배 왔어.”


택배 포장지에는 제품을 만든 업체 이름만 나와 있었다. 작년까지는 궁금한 게 있어도 잘 참고 일했는데, 나이 한 살 더 먹으니까 너무나 약해졌다. 해 떨어지기 전에 퇴근했다.


작고 반짝이는 물건의 이름은 ‘lct 판타스틱 핑크 모이사나이트 링’.

이토록 허를 찌르는 선물을 보낼 사람은 두 명쯤 된다. 얼마 전에 북레스트를 보낸 K, 그리고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을 작업해주신 조르바 팀장님.


“영혼의 단짝처럼, 다정한 친구처럼, 가족처럼, 동반자처럼 책 만드는 과정에서 저자와 편집자는 서로 의지하며 가깝게 지낸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늘은 어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작업 진행 상황은 어떤지 시시콜콜 근황과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책 편집이 끝나가는 순간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연실 편집자님은 <에세이 만드는 법>에서 작가와 편집자 사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진짜 서로 열렬하게 지내다가 자식 같은 책이 나오고 얼마 뒤에는 쿨해진다. 각자의 편집자와 작가를 새로 만나 뜨거워진다. 그래도 어떤 편집자와 작가는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를 유지한다.


“결혼은 다시 못해요.ㅋㅋㅋㅋ”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했다.

“ㅎㅎㅎㅎㅎㅎㅎ”

유쾌하게 대꾸하는 조르바 팀장님도 사실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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