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 안 했다. 한낮에는 경기도 오산에서 한길문고에 오신 독자님을 만났고, 오후에는 11월생님과 비응항에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11월생님은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 편백숲에 가고 싶어 했다. 우리는 옛집과 골목길이 있는 송풍동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그 편백숲에 곧장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개의 편백숲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눈에 띄게 컴컴한 숲에 빛이 스며드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그 숲이 내 것인 양 으스댈 수 있다. 계획대로 척척 됐다. 11월생님은 그 숲에 들어서기 전에 ‘여기구나!’ 느꼈고 감탄했다.
오늘은 계주님이랑 월명공원에 가는 일요일. 영하 3도, 눈이 쌓여 있었다. 청소년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를 끼고 돌았다. 은적사 못 미쳐 있는 공원에서 이어진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 나운배수지 쪽으로 나와 그 편백숲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발견을 했다.
편백숲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계속 뽀드득 거리는 눈길을 걸었다. 조도가 낮은 그 편백숲은 맨 땅이었다. 나뭇가지들이 1cm에서 3cm정도 내리는 눈은 철저하게 방어하는 모양이었다. 저번 날에 눈 쌓인 편백숲에 혼자 서 있었는데, 그때처럼 펑펑 눈이 와야 편백숲 바닥이 하얘진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또 사소한 발견을 했다.
청소년회관에서 삼일탑으로 가기 전에 계주님이 화장실에 갔다. 그 사이에 비둘기들 발자국을 따라다니면서 알아냈다. 걔네들은 지네 엄마한테 혼나게 생겼다. 어릴 때 나도 신발 질질 끌고 다닌다고 엄마한테 혼났는데, 신발도 안 신은 비둘기들 발자국이 모두 질질질. 확실히 ‘마들 워킹’은 아니었다...ㅋㅋㅋㅋ
돌아오는 길에 계주님과 나는 후아후아 브레드 들러서 깜빠뉴 두 개씩 샀다. 너무 맛있다. 산에 가서도 “아, 좋다!” 이미 백 번 넘게 감탄했지만, 이산하 셰프의 빵 먹으면서도 맛있다고 좋다고 행복해 한다.
집에 왔더니 강썬님이랑 강성옥씨는 유튜브 보고 있었다. 원래 나갔다 오면 무조건 샤워하지만,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어서 자랑을 멈출 수 없었다. 점심 먹고 씻고도 스무 번 넘게 사진을 보여줬다. 저녁 때쯤에 나는 우리 집 왕따가 되어 있었다. 외로워진 나는 배지현 배지숙 자매님들 단톡방, 영광 부모님 단톡방에 사진을 보냈다. 멋있다고 했다.
그래도 더 칭찬받고 싶어서 강성옥 강썬님 강제규랑 있는 단톡방에 사진을 보냈다. 정말 멋지지 않냐고. 대전에 있는 강제규만 내가 원하는 답을 해줬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