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흘

by 배지영

아무리 삼겹살이 혼밥의 세계에 편입했다 한들, 나한테는 세 명 이상 모여서 먹는 음식이다. 거실 한켠에 신문지를 깔고 구워 긴 탁자에 차린 음식 중의 메인. 우리 시가에서는 마당에서 고기 구우면 꼭 지나가는 사람들 불러서 같이 먹었다.


강썬님은 안방에서 격리 중이고 식탁에 마주 앉을 사람은 둘뿐인데, 강성옥씨는 고기를 구웠다. 그러나 나는 현실 안주형. 삼겹살에 대한 내 철학을 바로 팽개치고 군말 없이 먹는다.


강썬님은 갓 지은 밥에서 풍기는 냄새를 싫어한다(내가 어릴 때 그랬다). 가장 먼저 강썬님 밥을 퍼서 부엌 창을 열고 한김 식힌다. 내가 강썬님 밥에 공들이는 동안에 강성옥씨는 쟁반과 식탁에 각각 밥을 차렸다.


“강썬아, 페이스톡 켜.”

안방 내 책상에 쟁반을 두고 앉은 강썬님 모습이 보였다. 우리 부부도 밥 먹는 모습이 보이게 스마트폰을 조정했다. 함께 있는 것처럼 꼭꼭 씹어먹으라고 했다. 야무지게 쌈을 싸서 먹은 강썬님은 난데없이 두 손으로 박박 머리를 긁었다. 화장실 가서 빨리 손 씻고 오라고 했더니 금방 다녀왔다.


식사 시간은 총 14분. 다 먹은 강썬님은 비닐장갑을 끼고 쟁반을 안방 문 앞까지 내놓고는 페이스톡을 껐다. 어제는 약 먹고 양치하는 것까지 보여줬는데.


“가족들도 결국은 다 걸린다고 생각하세요.”


강썬님이 코로나 양성으로 나온 날, 우리 동네 소아과 선생님은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앓고 같이 쾌유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 사람이 일주일 격리하고, 또 한 사람이 일주일 격리하는 사이에 벚꽃 피면 어쩌지?


“안 돼, 엄마!”


강썬님이 어머니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에 울컥했다.


“엄마, 우리 정말 철저하게 격리하자.”

“알겠어. 조심할게.”

“엄마가 비자 카드 받아야지 나 게임 할 수 있어.”

더블유 미들스쿨에 입학하고 자퇴까지 고민하는 강썬님을 일으켜 세운 건 게임 유튜버. 자기도 유튜버 해 보고 싶단다. 그러려면 그램 노트북보다 더 비싼 게임용 콤퓨타를 사야 했다. 집 사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네 살 때는 아파트 사달라고 했음), 어차피 소년에게는 게임용 콤퓨타가 필요하니까, 강썬님 탄신주간(5월 4일~ 5월 11일)에 사주려다가 코로나 양성과 상관없이 당겨 주문했고, 어제 도착했다.


안방에서 격리 중인 강썬님은 콤퓨타를 실물영접 못 했다. 그런데 마인 크래프트 게임 하려면 반드시 비자 카드로 뭐를 결제해야 한댄다. 구글 플레이 기프트카드처럼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비자 카드를 신청했고, 그게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온다.


내가 직접 사인하고 비자카드를 받아야 하니까 그때까지 음성이어야 한다. 양성 나오면, 어머니에 대한 강썬님의 사랑은 바로 흔들릴 것 같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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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게임해봐야시들해진다

#남편의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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