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젯밤부터 강성옥씨도 나도 몸살 기운이 있었다. 일찍 저녁밥 먹고 누웠는데 시후 엄마 김연정님이 꿈틀거리고 있는 주꾸미를 가져다 주었다. 지후(초등5학년)도 코로나 양성이라서 시후 외할머니가 보양식 해먹이라고 가져오셨다고.
주꾸미는 수산리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다. 주꾸미가 맛있어지는 봄에는 눈물이 나곤 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맛있겠다!” 덤덤하게 말할 수 있다.
밤 되니까 목이 더 아프고 몸은 더 춥고. 누워있다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려고 일어났다. 나는 텔레비전 소리 작게 하고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 빨려들어갈 듯 보는 거 좋아한다. 근데 강성옥씨가 하필! 그 시간에! 아침에 시간 없다며 주꾸미 샤브샤브할 국물을 우렸다. 아, 정말! 칼 도마 소리가 너무 신경 쓰였다. 양치했는데 육수 맛 좀 봐달라고까지 했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밀린 일을 했다. 원래 7시 10분엔가 일어나서 음식 한두 가지 만들고 출근하는 강성옥씨도 6시엔가 일어났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목이 아프다면서 보일러를 25도까지 올렸다. 그리고는 주꾸미 샤브샤브에 청경채랑 배추 들어가야 한다며 사러 갔다가 왔다.
월요일 이른 아침. 강성옥씨는 식탁에 가스버너를 올리고 주꾸미 샤브샤브를 했다. 퇴근하면 주꾸미가 싱싱하지 않다고, 맛있을 때 먹어야 한다면서. 봄의 피로회복제라는 말은 뻥이 아니겠지. 먹고 나니까 추위가 가셨다. 강성옥씨는 여전히 한기가 드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원래는 샤브샤브 육수에 라면 끓여먹어야 하지만, 둘 다 식욕이 없었다.
출근했던 강성옥씨는 자신에게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큰 방을 혼자 쓰는 강성옥씨는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혼자 김밥을 사 와서 먹었다. 몸은 여전히 으슬으슬하고 기침은 나오고 목은 아프고. 그래서 병원 가서 코로나 검사했단다. 결과는 양성. 아침에 마주앉아 주꾸미 샤브샤브를 먹은 사람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배지영, 지금 바로 병원 가. 나 양성이야.”
당분간 집 밖으로 못 나오겠지. 나는 음쓰 버리고 홍매화 보러 갔다.
그 다음에 동네 병원, 의료원 거쳐서 보건소로. 결과는 내일 나온다. 차라리 잘 됐다. 안방 문을 열고 격리 중인 강썬님과 상봉했다. 다 그러는 것처럼 얼싸안고 뽀뽀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