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by 배지영

은파호수공원은 고려 시대 때 벼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방죽이다. 한국 전쟁 때는 시내 사는 사람들이 피난 올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좌익 우익으로 나눠 죽고 죽이던 참상이 일어날 때도 은파의 수면 위로는 윤슬이 반짝였다. 이름도 은빛 물결, 은파다.


스무 살에 군산 와서 한길문고 다음으로 반한 곳이다. 벚꽃 피었다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엄마한테 빨리 오라고, 이번 주에 오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겨우 마흔세 살이었던 엄마는 사는 게 고단해서 꽃 보러 올 여유가 없었다.


강썬님 임신하고 원광대 병원에 두 달 넘게 누워있을 때 가장 가고 싶었던 곳도 은파였다. 벚꽃 핀 호수에서 오리 배를 타고 싶었더랬다. 먼 곳에서 친구들이 찾아오면 첫 번째로 같이 가던 곳도 은파였다. 여행자들이 주차하고 걷는 물빛다리 말고 저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흙길을 걸었다.


서울시민 K님이 “군산에서 한 달 살기 하려면 어디에 숙소 잡으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수송동을 권하지 않은 건 은파호수공원 때문이었다. 걸어서 바로 은파에 닿는 나운동, 지곡동, 미룡동을 권했더랬다. #대한민국도슨트군산 책에는 은파호수공원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지만, 가장 먼저 썼다.


오늘 아침에는 자매님이랑 은파에 갔다. 아, 좋다 100번씩 하고 돌아왔으나... 어제 온 청소년들이 거실에 누워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으로 게임 채널을 보고 있었다. 강성옥씨가 나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왔다. 식탁에 차려주고 곧 가겠지 싶어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소년들은 매우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언제 갈지 안 정했는데요.”


#대한민국도슨트군산

#은파호수공원

#엘지폰

#색보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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