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by 배지영

벚꽃 피고 지는 것만 보자고, 그때까지만 걷자고 마음먹었는데.

하루에 100원꼴로 버는 토스 만보기, 하루도 안 빠지고 8년 2개월 동안 걸어야 벌 수 있는 돈으로 산책용 자켓을 샀다.


그게 일주일 전이었는데 어제부터 여름 날씨. 더 가볍고 더 시원한 옷이 필요하다. 그 옷은 토스 만보기 몇 년짜리일까. 계산에 약한 즈그 언니가 쩔쩔매지 않도록 배지현 자매님이 힌트를 줬다. 반짝반짝 빛나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고.


오, 예! 계주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년에 근속 30년 맞는 성실한 분이다. 계원(길림, 지현, 지영)들이 1년에 60만 원씩 낸 돈을 10년 전부터 펀드에 넣은 경제인. 어느 해에는 계원들 생일이라고 각각 100만 원씩 준 적 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제주도 가고 아이유 등산화 살 때도 전혀 돈 걱정 안 하게 해주는 분. 재작년부터인가. 계주님이 곗돈 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있는 돈으로 펀드 들고 쓰면 된다고.


나는 오늘, 밥벌이 시작한 뒤로 누구한테도 해본 적 없는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엄마한테 (광주 가서 영화 볼 거면서) 참고서 여러 권 산다고 할 때처럼 존댓말이 나왔다.

“계주님! 곗돈으로 우리 바람막이(얇고 가볍고 멋진) 하나씩 사줄 수 있나요?ㅋㅋㅋㅋ”

“사줄 수 있징.”

“꺄아!”

“지금 가서 사고 청구하셔. 내 것도 같은 걸로.”

“4월 14일에 만나서 삽시다.ㅋㅋㅋㅋ”


그날은 곗날. 맛있는 거 먹고 선유도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쇼핑!


#계주님의위대함

#사달라고할때는

#존댓말이국룰

#바람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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