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후회와 결심

by 배지영


옷장 속에 만화책 숨겨놨다. 강제규나 강썬님이 침 묻히고 볼까 봐 그런 거다. <중쇄를 찍자> 시리즈도 책꽂이로 안 가고 옷장에 있다. 나는 만화도 읽고 드라마도 봤다. 편집자와 작가 이야기인데 오래 남는 건 운. 출판사 사장님은 ‘운을 모아서’ 좋은 책을 만들고 잘 파는 데 쓴다.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부터 나도 운을 모은다. 2주 후에 신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 나오니까 고운 심성을 유지하려 애쓰고, 욕 나올까 봐 뉴스도 요리조리 피하고, 백이진 왜 그렇게 끝난 거냐고 한탄도 하지 않고 지내는데.


강썬님 스쿨버스 타는 데까지 차로 데려다준다. 출근하는 김에 강성옥씨가 내려주는데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내가 갔다. 이 작은 도시도 출근시간에는 밀린다. 1초, 10초가 아쉬운 판에 앞차 운전자가 깜빡이도 안 넣고 갑자기 정차해서 성인으로 보이는 자녀를 내려줬다. 그때까지 나는 운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차에서 내린 그 자녀는 운전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앞차 운전자도 출발하지 않고 계속 있는 거다. 나는 크락션을 누르지 않고 기다렸고, 옆 차선으로 더블유 미들스쿨 스쿨버스가 지나가는 걸 봤다. 아, 뭐야! 강썬님 앞에서 짜증난다고 했다. 운을 모으는 거하고 상관없이 그 말은 우리 집 금지어다. 전염력이 너무 강하고 얼굴이 구겨져서 못생겨지니까.


안 내도 될 화를 내다니. 은파 꽃길도 눈에 안 들어올 것 같아서 곧장 집으로 왔다. 시동 끄고 나니까 자동차 키가 없는 거다. 어디서 잃어버렸지? 집에 올라가서 스페어 키(잃어버려서 생돈 주고 만들었음)를 가져왔다. 배터리가 나갔는지 작동이 안 됐다. 차를 누가 가져가겠나. 집에 와서 강썬님한테 사과 문자부터 보냈다. 짜증난다고 말해서 미안하다고.


예전에 모아놓은 운 덕분인지 자동차 키는 오후 4시 30분에 내 손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표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 너무너무 멋지고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일기 쓰는 초등학생처럼 다짐했다. 내일부터 성질 안 부리겠다고.



#운을모으자

#장래희망스셀작가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편의점사장님이강썬님기다렸다가내준

#포켓몬빵

#띠부띠부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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