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본론

by 배지영

오전 11시 28분에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L이었다.


L :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받네요.

나 : 그럼 끊을게요.

L : 아니. 시간 있어요?

나 : 있는데, 밥은 안 먹을 거예요.


L : 그럼 커피 마셔요. 데이트.

나 : 데이트는 안 됩니다.

L : 그냥 만납시다.

나 : 좋아요.


L : 근데 데이트랑 만나는 거랑 뭐가 달라요?

나 : 이보세요! 나 ‘대학죠’ 나온 사람이요. 데이트는 영어잖아!


L은 운전을 안 하는 남성. 그의 집 앞으로 ‘모시러’ 다닌다.


나 : 가고 싶은 데 있어요?

L : 없는데요.

나 : 당장 내려요.


L의 지도편달(?)로 논뷰가 있는 카페로 갔다. 우리는 몸 아픈 서러움을 장시간 털어놓은 뒤에 본론을 짧게 말했다.


L은 10월과 11월에 연달아 책을 펴낸다. 배지영 작가 신간 나올 때마다 재력을 뽐내던 L을 위해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L의 출판기념회는 11월 25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한길문고. 초대 선물은 차차 밝히겠다.


#육체가정신을지배한다

#아프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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