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서연이 누나 기분을 알겠어요. 누나가 알바해서 나한테 돈가스 사줬거든. 그때 진짜 좋았을 거야.”
- <소년의 레시피>, 웨일북, 25P
전서연과 강제규는 사촌. 나는 제규를 임신했을 적에 학사모 쓴 서연의 유치원 졸업사진과 조인성 배우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태교했다. 태아 시절부터 서연과 내적 친밀감을 쌓은 제규는 태어나서도 누나랑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연은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가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주말을 지낼 때가 많았다.
서연과 제규는 평범한 남매 같았다. 같이 먹고 자며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툭 하면 싸웠다.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쏘다니길 좋아했는데, 하도 싸우길래 고속도로에서 둘다 내리라고 한 적도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몽골에 간 적도 있고, 서연이 대학 입시를 마쳤을 때는 서연, 큰시누이(서연은 작은시누이 딸)에 우리 식구까지 여섯 명이서 치앙마이에 갔다. 코로나 직전에 오사카와 교토 갈 적부터 숙소 예약하고 스케줄 짜는 건 서연이 맡아 했다.
강썬은 서연이 누나와 열여섯 살 차이 난다. 서연을 자주 못 보고 컸는데도, 사람들한테 자기는 형아도 있고, ‘내 누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누나’는 공부 많이 하러 캐나다 갔다고 재잘거렸다.
팬데믹은 공대 대학원 졸업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서연을 빵 굽고 케이크 만드는 곳으로 끌고 갔다. 서연은 중학교 다닐 때도 군산 내려오면 갖가지 서양 요리를 만들어서 우리 집에 가져오던 경력자. 팬데믹 2년 동안 서울을 오가며 수련하고는 디저트 카페 ‘르 클래식’을 열었다.
여름부터 누나 도우려고 대전에서 종종 군산에 왔던 제규는, 딱 1년만 ‘오픈 멤버’로 누나랑 일해 보고 싶다고 했다. 성인이 된 아들의 결심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나. 폭설이 내리는 토요일, 제규는 어머니의 차를 끌고 ‘르 클래식’으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