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왔다. 지난겨울, 한길문고에서 만났던 열국샘 미현샘 부부는 초등생 딸 아이와 함께 또 군산에 왔다. 100년 넘은 건물들,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가 깃든 곳곳을 여행자처럼 다니려고 온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배지영 작가’ 만나기.ㅋㅋㅋㅋ
토요일 오후 4시에 만나 편백숲에서 고요하게 서 있었다. 숲에서 부는 바람은 끈적이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나무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내 것도 아니지만, 이 젊은 부부에게 대단한 뭔가를 주는 것처럼 으쓱했다.
물이 들어온 비어 포트에 앉아 저녁 겸 맥주를 마셨다. 날이 흐려서 바다 위로 지는 석양은 감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도권에 사는 젊은 부부도, 작은 도시에 사는 나도, 그동안 읽어온 책이 있어서 우리의 이야기는 겉돌지 않고 다정했다. 근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