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문객

by 배지영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왔다. 지난겨울, 한길문고에서 만났던 열국샘 미현샘 부부는 초등생 딸 아이와 함께 또 군산에 왔다. 100년 넘은 건물들,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가 깃든 곳곳을 여행자처럼 다니려고 온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배지영 작가’ 만나기.ㅋㅋㅋㅋ


토요일 오후 4시에 만나 편백숲에서 고요하게 서 있었다. 숲에서 부는 바람은 끈적이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나무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내 것도 아니지만, 이 젊은 부부에게 대단한 뭔가를 주는 것처럼 으쓱했다.


물이 들어온 비어 포트에 앉아 저녁 겸 맥주를 마셨다. 날이 흐려서 바다 위로 지는 석양은 감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도권에 사는 젊은 부부도, 작은 도시에 사는 나도, 그동안 읽어온 책이 있어서 우리의 이야기는 겉돌지 않고 다정했다. 근사한 시간이었다.


아침저녁으로 화병 물을 갈며 멀리서부터 이 꽃을 들고 온 세 사람을 생각한다.

#환대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대한민국도슨트군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아. 자식 자랑하는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