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안 한 지 26일째. 내가 책을 썼다는 것조차 가물가물해지고 있는데 한길문고에 사인본 주문 들어왔다!!!
빗소리가 너무 힘차서 사인본 주문의 기쁨이 살짝 누그러졌다. 내일은 당진 시립중앙도서관에서 책 쓰기 수업하고 자고 오니까 시간은 오늘밖에 없었다.
중2님(발이 좀 큰 편)이 작다고 안 신는 슬리퍼가 너무 커서 질질 끌고 걸었다. 맨발에 빗물 닿는 감촉이 꿉꿉하지 않아서 물 고이는 쪽으로 갔다.
오! 한길문고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오래된 책을 눕히고 그 위에 조명을 켜 놓았다. 그 옆에는 시집을 펼쳐 놓고, 정면에는 필사책을 갖춰 놓았다. 그 앞에서 해찰 좀 하고는 서점 들어갔다. <소년의 레시피> 6권에 사인하고, 재현 과장님이랑 잡담하고, 문지영 언니한테는 소인배의 마음에 대해 털어놓고 집에 왔다.
사실은 낭만적인 계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필사했다. 펼쳐진 면은 김광석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덕분에 우산 받고 노래 부르면서 왔다. 낭만 넘치는 여름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