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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영 Dec 05. 2023

일상

오전에 배지현 자매님이 우리 집에 잠깐 왔다. 둘이서 어릴 때처럼 시시하고 쓸데없는 얘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순식간에 서너 시간이 흘러가 버릴 것 같아서 몹시 신중하게 말했다. “자매님, 느그 집에 빨랑 가.”


자매님 배웅하고 한글파일을 켜고서야 알았다. 지난여름부터 사로잡혔던 근원적인 절망에 대한 이야기를 자매님한테 처음으로 안 한 거다. 그래서 사과의 카톡을 보냈다.


“생각해 보니까, 여름에서 가을 지나고 겨울 올 때까지, 자매님한테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참으로 진상이었어. 쏴리.ㅋㅋㅋㅋㅋㅋㅋㅋ”


한밤중에 학교 운동장으로 불러내서 몇 시간 동안 같은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괜찮다는 자매님. 그 성품에 감동해서 오늘은 글을 좀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 <제인 에어>에서 좋아하는 장면만 돌려보고, <총 균 쇠> 읽다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읽다가 한길문고 갔다. 김우섭 점장님이 나보고 강연 다녀오냐고 물었다. 오호! 자매님한테 물려 입은 코트빨 장난 아니네요.


조민 선생님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를 사고, 당진 변영찬 선생님이 군산 한길문고까지 와서 두고 간 와인을 챙겨왔다. 토요일에 술을 충분히 마셨기 때문에 뚜껑 안 따고 모셔뒀다.


사진은 청주흥덕도서관 강연 다녀오다가 만난 노을. 11월 25일이었는데, 그날 오신 분들에게 사인할 때 11월 26일이라고 썼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1) 원래 자주 헷갈린다.

2) 오랜만에 사인해서.

3) 청주와 군산의 시차 때문에.

4) 어릴 때 감나무에서 떨어져가지고.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청주흥덕도서관

#군산한길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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