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현 자매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예쁜 옷 입고 예쁜 꽃이랑 사진 찍는 거 완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개나리, 벚꽃, 겹벚꽃, 장미, 수국, 배롱나무꽃, 나리꽃, 상사화, 코스모스, 핑크뮬리, 국화가 피면, 나는 자매님을 사모님처럼 모시고 나갔다. 자매님의 마음에 들 때까지(포토샵과 스노우앱은 싫어함) 100장 이상씩 찍었다.
코로나 직전의 가을이었나. 이웃 도시로 코스모스를 보러 갔다. 50장 정도 찍었는데 자매님이 점검해 보고는 오더를 내렸다. 군산으로 차를 몰라고. 옷 갈아입고 와서 다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나는 또 그런 거를 귀엽게 보는 스타일이라서 운전하는 데만 총 3시간을 썼다. 자매님이 그날 입었던 옷은 나중에 내 옷장으로 옮겨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매님이 입다가 목에 두르다가 손에 들다가 물려주는 물건을 몹시 좋아한다. 그런데 배지현 자매님은 코로나 이후 얼굴 나오는 사진을 한 장도 안 찍고, 옷이나 신발도 아예 안 사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러면 나는 이제 뭐 입어요? 우와하하핫! 자매님의 옷장은 맥시멈 그 자체. 올해도 몇 가지를 물려받았다.
재미난 건 요새 우리 집 형제들.
강제규 열한 살 때 바운서에 누워 있던 아기 강썬님은 어느새 중3. 패션에 관심이 너무너무 많다. 거의 매일 택배가 오고 있다. 맘에 안 들면 재깍 반품해야 하는데 그건 또 불성실하게 임한다. 가격표도 뜯지 않고 내박쳐 둔 옷을 강성옥 씨가 산다. 그러면 독립한 강제규가 가끔 와서 특템한다. 기쁨을 잃지 않는 관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