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서 사람들은 일단 숨죽인다. 보이지 않는 감정이 어떻게 움직였을까를 상상해 본다. 먼지처럼 눈에 안 띄는 이 고즈넉한 동사들은 동질감을 공유하는 사람과 접속하면 파란 불꽃을 일으켜 이야기를 만든다. 음식, 책, 영화, 여행, 풍경, 아티스트, 드라마 등이 살아 숨 쉬며 사람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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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애정을 기울이면 확실히 잘 쓰게 된다. 마음속에 들어와 떡하니 자리 잡은 것들, 너무 좋아서 신음하듯 ‘으흐흐흐’ 웃게 만드는 존재들을 떠올려 보자.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공기처럼 형태가 보이지 않는 이 동사들은 결국 자기 자신과 맞닿아 있다.”
-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계절, 배지영
힘드니까 그만두는 사람이 있고, 힘들어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 글쓰기를 말할 때, 나는 후자의 편이다. 나도 힘들고, 당신도 힘들고, 박완서 작가님도 힘들었고, 헤밍웨이도 힘들었던 게 글쓰기라고. 원래 힘들고, 오늘 잘 써도 내일은 초기화되어 못 쓰고, 모레는 한 글자도 안 써지지만, 어떻게든 버티면 그만큼 희열이 있는 게 글쓰기라고.
지난 금요일 저녁 한길문고. 동네서점에서 글쓰기 수업 열리기만을 고대하던 시민들이 오셨다. 멀리 호주에서도, 반차를 내고 경기도에서도, 퇴근하고 전주에서도 오셨다. 글쓰기는 강연을 듣는다고 잘 써지는 건 아니지만, 그날 들은 한두 마디에 마음이 움직여서 집 돌아가자마자 ‘쓰는 세계의 문’을 박력 있게 열고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강연 잘하자.
인생 뭐 뜻대로 되나.
강연 직전에 받은 꽃다발 덕분에 나는 균형 따위 없는 밸런스 게임으로 시작했다.
(짐작하시는 그거)꽃 VS 배지영.ㅋㅋㅋㅋㅋㅋㅋㅋ
호주에서 오신 분의 언니(영어 이름이라서 까먹음)님이 즉석에서 노래를 불러주시고, 매일 글을 쓰는 초등학교 4학년은 맨 앞자리에 앉았고, 내 글쓰기 강연을 몇 번이나 들은 적 있는 분은 중간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금요일 밤에 시간을 낸 사람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서(웃기는 걸 좋아해서 오해받지만 저는 E 아니고 I 입니다) 애썼다.
혼자 말을 많이 하면 그보다 몇 배의 시간 동안 혼자 있어야 한다. 금요일 밤에는 한길문고 박효영 상주작가님이 남자친구처럼 내 가방을 들어 주며 곁에 있었다. 나는 꽃다발을 안고 천천히 걸었다. 예전에도 우리 둘이 밤길을 걷곤 했다. 우리 집 앞에서 다시 박효영 집 쪽으로 갔다가 다시 우리 집으로.
그날 박효영 상주작가님과 나는 한방에 헤어졌다. 잘 가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꽃향기를 맡았고, 그 전에 우리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 이야기를 했고, 그전에 우리는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했다.
박효영 : 붕붕붕 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배지영 : (사진 보낸 뒤에) 꽃향기를 보내오. 붕붕!!
침대에서 유치한 카톡을 주고받다가 잠들었고, 토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당진시립중앙도서관 가서 글쓰기 수업했다. 잘 준비해서 갔고, 수업 시간에 툭 튀어나오는 내 드립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발전하는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