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키 설국의 난임 일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남편이 말했다. 총 8번째 PGT 검사 결과를 받아든 날이었다. 이번에 검사를 보낸 배아도 모두 비정상이었다.
우리는 착한 학생(?)이었다. 병원에 오라면 오고 주사를 맞으라면 맞고, 채취도 이식도 정해진 일정을 순순히 따랐다. 그랬던 우리 부부가 일탈에 나섰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한 것이다. 2021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2년 동안 오직 PGT를 통과한 정상 배아가 있길 바라며 쉼 없이 과배란을 하며 달려왔다.
PGT는 착상 전 유전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의 줄임말로, 시험관 시술로 수정된 배아의 염색체나 유전자를 검사하여 염색체 이상이 없는 정상 배아를 골라 이식하기 위한 검사, 비용은 배아 하나당 35만 원선. 금액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으나 두 번째 유산 직후 더 이상의 유산은 겪지 않길 바라며 시작한 검사였다. 시험관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처럼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해도 2~3번째에는 통배를 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매번 각종 이상 염색체 번호로 빽빽한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마치 빵점 답안지를 받은 것처럼 줄줄이 꽝이었다. 매번 같은 번호만 걸리는 게 아니라 들쑥날쑥 일정한 패턴도 없었다. 염색체 이상이 있더라도 그 비율이 낮은 경우 이식 가능하다는 *모자이시즘 배아는 구경조차 못했다. 단 한 번.15번 염색체에만 이상이 있던 배아 한 개를 남겨 뒀었지만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곱씹으며 결국 폐기했다.
8번의 PGT는 8번의 실패였다. 너무나 깔끔한 불합격 통지에 도통 익숙해지지 않고, 꺾인 의욕을 회복하는 데에도 점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학습된 실패로 ‘어차피 또 안 될 텐데’라며 스스로 위축됐다. 초긍정왕인 남편도 방전이 돼버릴 정도였다. 정상적으로 생리가 시작된다면 2주 뒤 또 다음 차수로 건너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 사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진료실 문을 열 자신이.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지쳐 있었다.
*예전에는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보는 검사를 PGS,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이나 유전병 유무를 보는 검사를 모두 PGD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PGS를 ‘PGT-A’, 염색체 구조적 이상 검사는 ‘PGT-SR’, 유전자 이상 검사는 ‘PGT-M’이라고 구별한다. 통상적으로 PGT라고 하면 PGT-A를 가리킨다.
*모자이시즘 배아는 배아에서 채취한 세포로 염색체 이상 유무를 확인한 결과, 일부 세포에서염색체 이상이 발견된 배아를 말한다. 채취한 세포 수 대비 염색체 이상 세포의 비율이 높을수록 모자이시즘 수준(level)이 높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20~50%까지도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