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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날아갈 듯 기뻤던

오케이키 - 설국의 난임 일기

by 오케이키 Okeiki

시험관을 진행하는 동안 총 3번의 유산을 겪었다. 그 중 하나라도 애틋하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기억도 도통 흐릿해지지 않는다. 가장 기뻤고 가장 이별하기 어려웠던 아이는 첫 아이였다.


시험관 2차. 그 차수는 전반적으로 좀 이상했다.


첫 차수 신선이식이 화유로 끝나고, 한 달 뒤 쉬지 않고 과배란을 진행했다. 전 차수와 동일한 약을 썼지만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1등급 배아 5개가 나온 전 차수와 달리, 두 번째 차수에는 등급조차 매길 수 없을 만큼 모양이나 분열 속도 무엇 하나 봐줄 게 없는 배아 2개가 겨우 나왔을 뿐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 달은 난소 상태나 난자 질이 좋지 않은 달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쉬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똑같이 노력했는데..’, ‘왜 결과는 예상과 달랐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식 당일,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배아를 만났다. 모니터로 보이는 배아는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쭈글쭈글하고 분열 단계도 제 날짜에 비해 훨씬 못 미쳤다. 주치의는 등급도 알려주지 않았다. 배아 질은 저조하지만 그래도 엄마 몸속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부디 착상이 잘 되길 빌어보자는 말도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식 10일째. 임신 여부를 피검사로 확인하던 날. 남편에게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도닥이며 채혈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둘이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열린 문 뒤로 선생님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임신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 임신 수치도 100을 넘겼다. 날짜에 맞는 안정적인 수치라고 했다. 그렇게 못 생기고 분열 속도도 더디던 배아가 착상을 했다. 맙소사, 임신이 된 것이다(임신의 세계는 정말이지 도통 예측 불가능이다). 혹시 임신 증상이 있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며칠 전 스치듯 속이 울렁거렸었다고 답했다. 남편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나를 바라봤다. 당황스럽다는 표정이 얼굴이었다. 우리는 임신이 처음이라 증상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3일 뒤 이어진 2차 피검사에서도 임신 수치는 507로 기특하게 잘 올랐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아기집이 보였다. 선생님은 화살표로 조그만 부분을 가리키며 이게 ‘아가’라고 알려주셨다. 조금 전만 해도 점잔빼고 앉아 있던 남편은 초음파 사진을 건네받고선 진료실 밖 복도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쉿- 하고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그만하라고 남편에게 눈치를 주고는 재빠르게 초음파 사진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대기실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남편과 다름없이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집에 와 주치의 선생님이 해준 설명을 곱씹고, 몇 번이고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봤다. 우리 아기였다. 앞으로 9개월 뒤면 우리 품에 안길, 지금은 아주 작고도 작은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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