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복잡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내 또래의 연배들은 어릴 적 이런 사람을 '단무지'라며 놀리곤 했다. 내가 이런 놀림을 받았던 사람으로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듣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정책을 단순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치적 입장이나 정쟁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현실 속에서 바라본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전 국민 대상으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소비활성화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확대를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한다고 발표하자, 일주일 전부터 각 카드사로부터 신청 방법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문자가 왔다.
안내에 따르면 신청기간이 오늘부터였고, 마침 오늘이 내가 신청대상이었다. 나는 평소 사용하는 국민카드 앱을 통해항 신청을 하자 곧이어 안내문자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말.
한때 내 마음을 흔들었던, 그 가슴 떨리던 단어가 거기에 있었다.
[KB국민카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 결과 안내]
나는 곧바로 그 단어가 떠올랐다. 14여 년 전 <마중물>이란 책을 읽고 마음을 여는 신뢰의 물이라는 주제로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었지만,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글을 써 내려가 마지막 장까지 재미있지만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마음으로 읽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책이다.
그래서 책을 다시 찾아보니,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종이책은 구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가 있다.
(다행히 전자책은 구매가 가능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했다. 신뢰에 대한 중요함을 따뜻하게 전했던 책이었는데 어떤 속사정이 있어 절판이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컸다.
<마중물>은 2010년 8월 박현찬 작가의 자기 계발 시리즈 세 번째의 책으로, 나는 발행일로부터 1년 후인 2011년 8월 한여름의 한 날에 이 책을 만났다.
14년이나 지나 책의 구석구석까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 마중물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내가 구매한 온라인서점에서 그 당시 <마중물> 책소개 내용이다.
150만이 넘는 독자를 감동시키고 성공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 한국형 자기 계발 소설 <배려>와 <경청>을 잇는 3부작 완결 편. 이 책은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마음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과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며, 성공을 넘어서는 성숙이라는 값진 열매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마중물’은 순수한 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한다. 내가 먼저 신뢰의 마중물을 부으면, 고여 있던 샘물이 솟아올라 물줄기가 되듯이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강물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를 깔고 있는 <마중물>은 ‘물’이라는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추리소설처럼 잘 짜인 플롯으로 구성돼 읽는 재미에서도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이 책은 이익 추구를 위한 무한 경쟁 시대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칫 박제된 필요악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신뢰’라는 가치가 진정한 성공과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깨닫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출처 : 온라인서점 알라딘)
책소개에서 제시한 대로 '마중물'이란 의미에 대하여 고스란히 깨닫게 해주는 책으로 감동의 물결은 아직도 일렁이고 있다.
<마중물>을 읽고 내가 밑줄로 <마중물>에게 손을 잡았던 문장을 다시 꺼내 읽었다.
"물을 배우게. 물방울끼리 섞여 물줄기가 되고, 물줄기가 섞여 강이 되어 거침없이 큰 바다로 나아가지 않나. 만나고 섞여서 하나가 되는 데에는 약속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네."
"기적은 하늘의 몫입니다. 우리는 다만 하늘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충실해야죠."
"하늘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라니요?"
"어떤 환자들은 훌륭한 의사에 대한 신뢰감만으로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히퍼크라테스가 말했지요. 저는 비록 그 정도로 훌륭한 의사는 못 되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에 약이나 주사만큼 필요한 것은 서로를 믿는 마음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대의 주사를 놓기 전에 먼저 어떻게 하면 믿음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치료는 제가 하지만 병이 낫는 것은 환자의 몸과 마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저의 처방을 믿듯이 저 역시 환자의 몸이 가진 자기 치유력을 믿습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렇게 믿음의 기운이 충만해지면, 하늘도 서서히 움직이지 않을까요?"
"사람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 믿음은 누군가에 의해 처음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믿는다는 거, 아무래도 내가 먼저 믿어야만 될 것 같아요. 그래야만 상대방도 나를 믿게 되겠지요. 그렇게 시작된 한 사람의 믿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퍼지면서 결국 신뢰의 커다란 그물을 만듭니다. 우리 모두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그물 말입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실무자는 분명 <마중물>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
나를 흔들었던 단어이기 때문일까?
나는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이라는 단 아홉 글자로 이루어진 이 문구가 단순한 문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이 책에서처럼 내가 먼저 믿고 손 내밀면, 상대방도 나를 믿고 손을 내밀고 그때 우리는 '손에 손 잡고' 노래 부르며 손잡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책을 실행하려는 사람들도, 더구나 이 문구를 만든 실무자도,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신뢰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중물을 붓는 심정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회복, 성장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우리 서로 간의 신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