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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평가

by 호방자

학생들과 말하기 평가를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내용을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전달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말하기는 가장 홀대받는 영역이라 아이들은 말하기에 능숙하지 못하고 특히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집에서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말하기를 확인해 보라고. 그 과정이 귀찮고 힘들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수정하는 경험을 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지필평가는 1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득달같이 쫓아오면서 수행평가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신기하게도 변함이 없다. 보고 읽거나, 팔짱을 끼고 얘기하거나, 한 곳만 쳐다보며 말한다. 아직까지 만점을 주지 못한 이유들이다. 괴롭더라도 자신의 영상을 찍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아이들은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나의 말하기를 살피고 돌아봤던 시절들이 있었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신규 시절 나는 내 수업을 녹음해서 듣곤 했다. 임용시험 준비를 할 때는 수도 없이 내 수업 영상을 찍고 피드백했다. 심지어 그때는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의 영상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었다. 나의 말하기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늘 괴로웠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겠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발전을 기대하는 심보는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학생들의 말하기를 평가하는 나의 말하기는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내용을 많이 전달하려다 보니 숨이 찼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은 줄이되 더 천천히 전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늘 그렇듯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다만 안 부족한 척하며 뒤에서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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