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있다. 사교육 필요성에 둔감한 우리 부부는 학습지 하나 시키지 않고 있다. 특별한 철학이 있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땐 좀 놀아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기인한 것이므로 마음 한편으론 항상 불안이 있었다. 특히나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인지라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추진력이 강한 아빠가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최종 선택지는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이었다. 아이는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길 원했지만 아빠는 태권도를 추천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되겠지만 아이의 의사 표현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항상 정확히 대변하지 않는다. 아직 아이는 다른 조건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모기만큼 작은 목소리로 발표하는 장면을 확인했을 때, 우리 부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 모습을 당장 개선해서 고쳐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성향이 그러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다만 이러한 아이에게 피아노보다는 태권도가 더 새로운 경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선택을 합리화했다.
현재 아이는 매우 만족하며 태권도를 다니고 있다. 비록 흰띠지만 그걸 차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집에서도 띠를 묶어 달라고 한다. 팬티만 입고 흰 띠를 찬 자신의 모습을 자꾸 거울에 비춰본다. 이 정도로 태권도를 좋아해 주다니 고맙다.
아이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때론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평소에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은 누구나 알 듯 매우 험난하다. 하지만 어쩌하겠는가. 학생들에게 평소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렇지 못한 태권도 정신에 어긋난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