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선생님이 되어 동료로 근무하게 된다면 어떨까? 실제 우리 학교에 그런 경우가 있다. 신규 발령받은 곳에 와 보니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연수에서 만난 적이 있다. 신규 발령으로 우리 학교에 오신 선생님은 열정이 넘치셨고 우리는 선생님을 잘 따랐다. 여기까진 일방적인 나의 기억이다.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드렸더니 깜짝 놀라셨다. 세월의 흔적은 숨길 수 없었지만 내 기억 속 선생님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딱 거기까지만 했다. 인사를 드리고 내 자리로 물러났다.
아마 불편하셨을 거다. 신규 시절 좌충우돌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시지 않았을까? 신규 교사는 훈련도 받지 않고 전장에 투입된 소년병이나 다름없다. 그에 맞서는 당시 나와 친구들의 행동은...그냥 사춘기라는 말로 덮어두겠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가 속을 많이 썩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을 수정한다.
선생님이라고 얼마나 더 알겠나. 나도 한 치 앞을 모르겠다. 그런데 뭐라도 아는 것처럼 훈계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내 일이라서 때론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를 잊어주었으면 좋겠다.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길 바란다. 자꾸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게 지금 행복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걱정된다. 그런 의미로 나는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말한다.ㅎㅎ
문득 선생님께서는 부끄러우실지 모르지만 나는 선생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부끄러운 기억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서툰 인생 속에서 진심은 통하는 법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