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by 이옥임

“엄마, 엄마를 위해서 선물 사 왔어.”


밖에서 외출하고 들어온 딸이 내미는 선물은 다름 아닌 샛노란 수선화였다. 아파트 앞 길 건너 이마트에 갈 때면 1층의 화원 앞에서 곧잘 서성이던 모습과 노오란 수선화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떠날 줄을 모르던 제 어미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지 이마트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에 사온 모양이다. 하니 넉넉지 않은 용돈에도 어미 생각한 마음이 기특하고 고맙다.


처음 수선화를 대했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선하다. 몇 년 전 1학년 입학 후 식목일을 맞이해서 부모님과 함께 작은 화분에 식물 씨앗을 1가지씩 심어오기로 했었다. 씨앗을 심어오기로 했지만 작은 화초를 심어오거나 아예 사가지고 온 화분들도 여럿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아주 길고 가녀린 사랑초와 깜찍한 수선화였다.


아이들이 다 가고 난 오후에 모처럼의 시간을 내어 창가에 늘어져있는 화분을 둘러보다보면 여지없이 시선이 머무는 곳은 가녀린 꽃대 끝에 아슬하게 피어있는 연보랏빛 사랑초와 작고 앙증맞은 노오란 수선화였다. 볼수록 참으로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그나마 수선화는 꽃대라도 굵어서 다행이지 사랑초는 바람불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안쓰러운 모습에 장소를 내 책상으로 옮겨놓았다. 가까이서 특별관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우리 집 화초 가운데 꽃이 피는 것은 사랑초와 같이 길고 가녀린 꽃대 끝에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는 빨간 꽃잎의 제라늄과 연분홍 꽃잎의 꽃기린 선인장 그리고 오늘부터 새로운 식구가 된 수선화다.
자상하고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한 탓에 꽃이 피는 것들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만 꽃이 지고 난 이후로는 다시 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특히 란은 더욱 그랬다. 그리고 급기야는 돌보기에 소홀해 생명을 다하기까지 했었는데 작년부터 화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1년 내내 싱싱한 초록을 집안에서 볼 수 있어 행복했다.


화초를 키우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꽃이 피는 화초는 자신 없어 하고 피했었다. 때문에 아름답고 어여쁜 꽃들은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저 때 맞추어 물만 주면 잘 자라주는 관상용 식물을 선호했었는데 생각지 않게 꽃기린과 제라늄은 피고지고를 1년 내내 반복하면서 늘 주변을 화사하게 만들어 내 가슴을 설레게 하니 싱싱한 초록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작년 봄에 사다 심은 관상용 식물들이 잘 자라 1년 동안 거실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올 봄에는 아무래도 화사한 꽃들에게 도전을 해야 할 모양이다.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잘 키우는 요령도 생기고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하니 주저 없이 도전해서 화려한 꽃들을 잘 피워낼 수 있도록 시도해 봐야겠다.


딸이 사온 수선화는 3송이가 활짝 피어 주방 창가에 두고 설거지를 하거나 주방 일을 할 때 늘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자 키가 부쩍 자랐다. 눈높이에서 봤던 꽃이 눈을 들어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불과 며칠 만에 자라버렸다. 이러다가 웃자라서 혹여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활짝 핀 꽃송이가 매우 싱싱해서 볼 때마다 즐겁다.

수선화.png


keyword
이전 11화공무원 미술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