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고했던 결과 발표일보다 열흘 앞선 9월 20일에 서둘러 공무원미술대전 결과가 나왔다. 난생 처음 참가하는 대회여서 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입상은 전혀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워낙 많은 수의 작품들이 응모되고 기라성 같은 전문작가 못지않은 수준 높은 실력의 작품들이 출품된다는 것을 홈페이지의 e-book을 통해 보았기 때문에 언감생심 감히 기대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저 전국에 걸쳐 실시하는 공무원미술대전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크나큰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내 생에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고 대대로 물려 줄 기록이 될 만한 일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서양화 부문 입상자 총 49명 가운데 입선이 38명인데 그 가운데서도 7번째로 내 이름이 ‘반짝’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자모순이었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무순으로 7번째니 작품성으로도 7번째라는 말 아닌가. 금, 은, 동 특선에 이어서 입선이기는 해도 중요한 것은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가능성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그 가능성에 대한 소망을 다짐하며 입선했다는 연락을 여동생에게 보냈는데 곧바로 축하메시지와 함께
“당신은 거룩한 영혼이십니다!”라는 위트 있는 문자로 나를 소리내어 웃게 만들었다.
얼마나 그리고 싶어 했던 그림이었나. 계절에 따라 느끼는 감동들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어 심한 갈증에 늘 목말라 했었다. 해서 방학 중 수채화연수에 참가한 뒤 동호회 조직해서 수채화를 계속했고, 수채화의 무릉도원에서 살기를 꿈꾸고 소망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유화에 입문중이다.
집 가까이에서 그릴 수 있는 조건에 맞아 유화로 바꾸긴 했어도 유화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깊은 맛이 있어서 그 맛에 흠뻑 빠져 취해 살고 있다.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그림이었기 때문에 그리는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었고 행복했다. 여러 가지 받고 싶은 연수들도 포기하고 공무원 미술대전에 출품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여름방학 내내 도전한다는 일념으로 전념하고 싶었다.
늘 10호 내외만 그리다가 40호를 그리는데 처음에는 그림이 될까 싶었지만 하루하루 형체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올 여름 방학은 매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자부심에 대만족이었고 선생님께서도 입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큰 사이즈의 좋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하셨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않게 입선을 했다. 여동생은 이런 나에게
“언니는 상복이 많아. 하는 일마다 늘 결과가 좋잖아.”라고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고 나에게는 그 어떤 상의 의미보다 가능성의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라는...
문득 그림을 제출하기 위해 우중에 딸과 광화문 앞 청사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8월 하순. 장마철이라 오전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어서 철물점에 들러 넉넉하게 비닐을 구입하고 이미 포장이 된 그림을 다시 빗물이 새어들지 않도록 단단히 여며서 여러 겹으로 포장을 했다. 그리고 딸과 함께 직행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태워다 주지 못해 걱정하던 그이에게 출발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즉시 답장이 왔다.
“비오는 데 수고! 좋은 결과 있기를....”
다행히 버스에서 내릴 때는 비가 그쳐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입대한 지 3개월 된 아들과의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감사하고 남은 생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방향 설정을 해준 셈이어서 감사하다. 열심히 그릴 거다. 꿈에서도 그리고 싶은 그림이었기에..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글과 그림으로 마음껏 표출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겸허한 자세와 가슴으로 하나씩 소중한 이웃들을 위해서 표현해 나가리라.
도록을 보고 선생님의 그림이 좋아서 군포에서 수지까지 찾아오게 되었다는 토요일마다 배우러 오는 회원에게 선생님께서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곧장 답장이 왔다.
“등단하심을 축하드려요.”
등단이란다. 아직은 배울 게 많고 갈 길이 멀기만 하지만 이렇게 해서 그림에서도 등단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으니 감개무량이다. 정말 열심히 그려서 화단에서 인정받는 노후 화가가 되고 싶다. 이옥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