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천사 지우는 어느덧 23개월 된 우리의 어여쁜 외손녀이다. 어른들께서 “손자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하시던 말씀과 마냥 행복해하시던 그 모습과 표정을 요즘에 절절이 절감하며 산다. 결혼을 일찍 한 딸 덕분에 주변 지인들은
“이쁜 딸이 이쁜 짓만 골라가면서 하네!”
“아니, 할머니 같지 않은 분이 할머니가 되어버렸네!”
“전혀 할머니 같지 않은데 할머니라고 하니까 이상하다.”라는 놀림(?) 반, 부러움 반을 사고 있지만 지우만 보면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을 만큼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줄곧 행복해하고 있다.
뉘라서 50이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깡충깡충 뛰게 하고 실없는 사람마냥 헤벌어진 입으로 실실거리게 할까? 곁에 누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지우를 웃기는 일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에 남편과 나는 신기해한다. 그래서 손녀의 힘이 대단한 모양이다.
약한 몸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애들을 키울 수 없다고 우리 두 아이들을 지방에 계신 친정어머니께서 도맡아 키워주셨다. 큰 애가 다섯 살 되던 해에 먼저 올려 보내주시고 남은 둘째 아이도 큰 애와 같이 다섯살이 되면서 올려 보내 주셨다.
우리 아이들의 신생아 과정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탓에 가까이 사는 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친정엄마로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딸의 몸조리야 조리원에서 기본 과정을 거치고 나오기 때문에 친정엄마인 나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미역국과 몸을 풀 수 있는 보양식을 알아봐서 해주면 되는 일이겠지만 우리 딸의 몸에 무리가 안 가도록 손녀를 씻기고 건사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우가 태어났는데도 어떻게 안아야 할 지 몰라 어설프게 안고 있는 제 어미의 모습을 보고 딸은
“엄마, 엄마 아기 안는 모습이 불안해.”했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처음인데도 금세 갓난아기를 능숙하게 잘 다루고 씻기며 키우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부질없는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지혜롭게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인터넷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아기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점이나 의문점 등을 곧바로 인터넷에서 찾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카페에 들어가 동네 아기 엄마들의 모임 정보를 얻어서 서로가 필요한 정보들을 주고받는 모습에 인터넷이 이렇듯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새삼 절감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모유 수유 후 이유식까지 정성스레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덕분에 지우가 건강하고 밝게 커가는 모습에서 제 엄마의 정성이 그대로 드러났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이 역력했다. 웬만해서는 보채지 않고 눈만 마주치면 곧잘 웃는 지우를 일컬어 주변 사람들은 “해보”라고 부른다. 또한 지우의 양볼에 “행복!”하고 써 있단다.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도 우리 딸은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마냥 능숙하게 아이를 다루고 여유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마냥 대견스럽다. 물론 내심에는 불안하고 몹시 겁도 나겠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방방 대는 제 어미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직장에 다니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긴해도 매일 보는 덕분에 외할머니의 목소리만 들리면 지우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특히 10개월도 안 된 아기였을 때 고음의 의성어와 노래를 아주 좋아해서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었다. 노래가 나오면 소리를 내면서 양 다리를 흔들어대고 몸을 들썩이며 “띠링 띠링” “콩콩콩”등의 소리에 “까르륵”소리를 내며 웃는 외손녀 지우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에게 들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양가 어른들 가운데 고맙게도 지우가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외할머니를 가장 좋아한단다.
어디 그 뿐인가. 엘리베이터나 정수기의 버튼 불빛을 보면 필이 꽂혀서 꼼짝하지 않고 집중을 한다. 그리곤 여지없이 손을 갖다 대고 정확히 눌러댄다. 게다가 소리까지 나면 까르륵 거리며 웃기까지 하는 우리 지우의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외할아버지도 지우 사랑에 흠뻑 빠져 있다. 외손녀만 보면 정신없다. 외손녀가 얼마나 예쁜지 표정과 행동으로 다 드러난다. 창피한 줄 모르고 펄떡펄떡 뛰지를 않나 거실 바닥을 엉금엉금 기기도 한다. 그리고는 당신도 웃어버린다.
바빠서 지우를 자주 보지 못한 탓에 박수를 치고 팔을 벌려 어서 오라는 외할아버지의 손바닥을 외면하기 일쑤여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방학이 되고나서 할아버지 보는 횟수가 늘어나자 할아버지를 보고 웃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우가 좋아하는 물놀이는 할아버지의 전담이어서 베란다를 가리키기만 해도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어대며 활짝 웃는 표정으로 물놀이 하자며 할아버지 손을 잡고 베란다로 뛰어 나간다.
지우 사랑은 친가에서는 더욱 넘쳐난다. 이쁜 며느리가 이쁜 손녀를 낳아주어서 고맙다는 시아버님의 말씀에서 지우 사랑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아들만 둘인 집안에 손녀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귀할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게다가 곧잘 웃어주는 손녀의 재롱에 우리처럼 반하셨으리라. 지우 삼촌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지우가 보고 싶어서 잠시 들르고 싶다는 전화를 가끔 한다니 조카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진다.
요즘에는 가끔 전화를 해서 지우가
“미!”하고 부른다. 놀다가 또는 자고 일어나서 외할머니를 찾는다며 지우에게 할머니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전화했다는 딸의 말이다.
오늘도 전화가 왔다. 어젯밤부터 갑자기 지우가
“어머나, 어머나”를 연발하더란다. 그래서 사위가 장모님 멘트라며 장모님께 꼭 알려드리라고 했단다.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곧잘 사용하는 단어를 지우가 귀담아 듣고 기억했던 듯 그 말소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신기하기까지 했단다.
5개월 후면 이쁜 지우가 남동생을 보게 되었으니 온 가족의 사랑을 받다가 동생으로 소홀해질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긴 하나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 우리를 마냥 기쁘게 했던 하나님의 선물 아기 천사 지우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