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귤이 나왔다. 올 가을 처음으로 귤을 배송받았다. 껍질에 녹색 점점이 섞여 있지만, 껍질을 벗기고 과육을 꺼내어 보니 주황색으로 제법 잘 익었다. 맛을 보니 아직 신맛이 강하긴 해도 달콤한 맛이 들어서 먹기에 좋다. 아이들은 귤껍질 색만 보고 먹기를 저어하는데, 막상 먹어보면 자꾸자꾸 여러 개를 까서 먹게 되는 맛이다. 귤을 먹을 때마다 어릴 때, 귤을 큰 박스째 들이신 어머니와, 가족들과 함께 귤을 먹으며 이야기를 주렁주렁 엮으며 놀던 재미난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귤박스는 얼마나 컸던지, 요즘에 사 먹는 작은 귤박스와는 비교도 안 됐다. 올해는 과일이 종류대로 맛있더니 귤도 식감이 아주 좋다.
삼삼하게 담가둔 물김치와 배추김치, 깍두기까지 있으니 자연식물식 반찬은 걱정이 없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김치와 채소반찬 그리고 된장국, 구이김, 상추쌈만 꺼내도 쉽게 자연식물식 식탁을 차릴 수 있다. 아이들 반찬은 대파달걀부침과 두부 두루치기를 했다. 김치와 양파, 돼지고기 앞다리 반 근을 자박하게 끓이다가 고기가 익었을 때 고추와 두부를 넣었다. 부족한 간은 설탕과 간장으로 했다. 대파와 양파를 잘게 썰어 넣고 달걀부침을 하면 아이들이 잘 먹는데, 오늘의 달걀부침은 거의 다 남고 두부 두루치기가 인기가 좋았다. 나도 고기 부분만 제외하고 두루치기 맛을 보았더니 채수와 육수가 두부랑 어우러져서 맛이 좋다.
자연식물식 111일째다. 주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지만, 이외의 음식을 추가하는 게 점점 늘고 있다. 오늘은 간식으로 빵 종류를 몇 가지 먹어서 그런지 몸무게도 좀 늘었다. 다른 컨디션은 여전히 좋고, 등산을 나갈 시간을 놓쳐서 속보로 한 시간 이상 걷는 걸로 운동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