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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15. 2024

평일의 평온한 자연식물식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주말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평일에는 물 흘러가듯 쉬운데,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는 밥상에서는 유혹이 많다.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는 입장이니, 삼겹살을 굽거나 닭 요리를 할 때 간을 보기도 하고, 라면을 끓일 때에는 쫄깃한 면발이 아른거리고, 남편이 코 앞에서 믹스커피라도 마시면 같이 한 잔 마시고 싶다. 하지만, 이왕 30일 작정으로 자연식물식을 시작하였으니, 코 앞 밥상에 놓인 유혹적인 음식을 마다했다. 아토피가 완전히 나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30일간의 자연식물식인데, 사실 혼자서 자연식물식을 유지했다면 벌써 나태해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연식물식의 기록을 남기면서 자연식물식에도 힘이 생긴다. ‘그래, 주말에 코 앞에서 가족들이 고기를 먹든 라면을 먹든 커피를 마시든 나는 그런 음식들을 멀리한 사람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자연식물식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 본다.



사실 고기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육식파로 수십 년 살아왔지만, 생애 초기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고기가 엄청 싫었던 기억만 있다. 특히나 어릴 때에는 고기 비계 부분은 입에 대지도 못했고, 소고기 장조림에 들러붙은 허연 기름 조각을 보면 밥맛이 다 달아나곤 했다. 지속적으로 고기를 먹다 보니 익숙해졌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점심 메뉴나 회식 메뉴로 주로 고기를 먹다 보니 고기의 기름진 부위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먹다 보니 계속 고기를 찾았던 거다. 안 해서 그렇지 일단 해보니, 고기를 멀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커피나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을 잘하다가도, 자꾸만 밀가루를 찾았다. ‘유기농 우리밀 토르티야니까 괜찮겠지? 담백한 베이글이니까 괜찮겠지?’ 그러다가 ‘케이크 한 입이니까 괜찮겠지? 반 조각인데 뭐 어때? 그냥 한 조각 먹어도 상관없어.’ 등으로 자꾸만 밀가루 가공품을 먹게 되곤 했다. 이번에 다시금 마음을 정하고 자연식물식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도 자연식물식을 잘했으니, 주중은 더욱 쉽다. 가능하면 식사는 집에서 하고, 간단한 채소나 나물 반찬으로 식탁을 차렸다. 아침에는 통에 담아 둔 자투리 과일을 먹었다. 과일 두세 가지만 잘게 잘라서 작은 통에 칵테일처럼 섞어 두면 훌륭한 과일통이 되는데, 아침에 먹은 것은 두서없이 남은 과일을 통에 마구 넣어 둔 거라 비주얼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미리 통에 담아 둔 거라 아침에 서너 종류의 과일을 손쉽게 먹었고, 역시 오전에 먹은 과일은 몸을 가볍게 한다. 점심에는 시간이 좀 늦어져서 새로 반찬을 만들 틈 없이, 냉장고부터 열어 봤다. 어제 만들어 둔 가지 볶음에, 아삭이고추와 상추, 잘 익은 물김치가 있어서 대강 구색을 맞추어 식사를 했다. 저녁은 아이들이 올 시간에 맞추어 미리 감자채볶음과 콩나물국을 했다. 이런 채소 반찬들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음식이다. 채소로 만든 반찬이 건강에 좋은데, 몸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때에는 아예 손이 안 가던 음식이다.



감자채볶음은 감자를 채칼로 얇게 채 썰어야 쉽게 익힐 수 있다. 얇게 채 친 감자를 소금 두 티스푼 정도 넣고 조물 거려서 10분 이상 방치한다. 그동안 콩나물국을 끓였다. 북어 대가리로 육수를 내고(원칙대로라면 자연식물식에서는 말린 생선이든 뭐든 식물이 아닌 음식은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어로 낸 육수가 콩나물 국에는 잘 어울리니 사용했다), 콩나물을 넣고 끓이다가 파 조금, 두부 한 모를 넣고 한소끔 끓이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했다. 절여진 감자는 꽉 짜서 수분과 전분을 빼내고 양파채와 함께 볶았다. 간은 소금으로 하고, 아이들이 먹을 감자채볶음에는 치즈를 올려서 녹여 주었다. 겉절이 대용으로 양파와 파를 넣고 양파무침을 했다. 양파와 파에 갖은양념을 넣고 가볍게 무치면 되는 쉬운 반찬이다. 간식으로는 찐 고구마와 수박, 참외, 방울토마토, 바나나를 먹었다.



자연식물식 6일 차인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자연식물식 2일째부터 나타난 눈의 이물감 감소와 갈증 감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연식물식 이전에 체질식(체질에 맞는 음식으로 식단 조절을 하는 것, 금체질의 경우에 고기와 밀가루, 커피를 금한다)을 몇 달 동안 하면서 피부가 많이 치료되고 몸무게도 거의 10킬로가 빠진 상태라 그런지, 자연식물식을 하고도 몸무게나 피부 상태에 놀랄만한 변화가 있지는 않다. 그나마 미세하게 아침 몸무게가 줄어들고(저녁에는 아침보다 몸무게가 1킬로 이상 불어난다), 피부도 아토피의 흔적이 미세하게 줄어들고 있다. 모임에서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편한데, 모임마다 식사를 비껴가게 되니 좀 아쉬운 마음이 있다. 30일을 작정한 자연식물식, 게다가 기록까지 남기니 최대한 유지하고 있지만, 30일이 지나고 나면 자연식물식의 식단을 주로 유지하되, 치팅데이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들고, 대신에 양배추만 먹는 디톡스데이를 치팅데이 뒤에 끼워 넣는 등의 방식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자연식물식이 벌써 6일 차다. 보름이 넘어가고 20일이 넘어가면, 아마도 날짜는 날개를 단 듯이 빨리 지나갈 것이다. 아직 치팅데이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30일 뒤에 맞이하게 될 변화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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