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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자연식물식 20일째

by 소미소리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20일이 되었다. 30일을 작정하고 시작했으니 이제 열흘 남았을 뿐이다. 시간은 날개를 단 것처럼 점점 빨라진다. 처음에 그렇게 더디게 가던 시간이 이제는 훅훅 지나서 곧 30일 완성이다. 보통은 자연식물식을 2주만 해도 수 킬로가 빠지고, 한 달을 하면 5킬로가 빠진다는데, 그에 비하면 내 몸무게 감소는 미미하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기 전에 체질식을 일 년 가까이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고기, 밀가루, 커피, 유제품 등을 멀리했다. 체질식을 하면서 실컷 먹고도 몇 달 만에 10킬로 정도 빠졌다. 그 이후에는 체질식을 계속해도 몸무게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달걀과 생선을 먹지 않는 음식에 추가했고 몸무게가 처음 2주 안에 1-2 킬로 정도 빠지는가 싶더니, 미미하게 오르락내리락할 뿐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여름 중에 가장 더울 때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더없이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수 있지만 시간을 놓치면 금세 뙤약볕이 내리쬐어서 밖에서 하는 운동은 언감생심이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지만 저녁 8시가 되어도 28도를 넘어가니 이 시기에 야외 운동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운동을 어찌할까 하다가 유튜브에 들어가 봤다. 홈트로 제대로 운동이 된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이런 날에는 홈트라도 해볼까 싶어서 ‘홈트 유산소’를 유튜브 검색창에 쳤다. 사실 실내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왕 운동을 할 거면 밖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좋은 경치를 보면서 기분전환까지 할 수 있는 산책을 좋아하지만, 이런 혹서의 날씨에는 어쩔 수 없다. 오늘 처음으로 홈트라는 것을 해 보았다. 이런 게 뭐 운동이 될까 싶었는데 운동이 된다. ‘홈트 유산소’로 나온 수많은 영상 중에 두 번째쯤 위에 있는 영상이 시청자수가 가장 많고, 재생시간도 30분 미만이라 들어가 보았다. 경쾌한 목소리의 남녀 코치가 안내하는 대로 몸동작을 바쁘게 따라 했더니 영상 한 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난다.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까지 돌려도 땀이 날 정도다. 홈트가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본 날이다. 역시, 뭐든지 해보아야 안다. 유튜브 작은 화면으로 나오는 길지 않은 영상 하나로 온몸에 땀이 흐르고 제대로 운동이 된 느낌이 들면서, 반드시 나가서 하는 운동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일도 새벽기상을 못한다면 홈트를 할 것이다. 아마도 내일은 동작에 익숙해져서 오늘보다는 박자를 잘 맞출 수 있을 거다. 새로운 경험은 얼마든지 새로운 생각을 가져온다.



자연식물식 식단은 이제 익숙해져서 전혀 어렵지 않다. 올해는 복숭아가 풍년이다. 복숭아가 싸면서도 신선하고 맛있다. 어디를 가든지 복숭아가 풍성하다. 아침은 복숭아를 먹고, 점심에는 상추와 양배추양파무침, 김으로 식탁을 차렸다. 엊그제 넉넉하게 만들어 둔 감자전 반죽이 조금 남아 있어서 마저 부쳤더니 작은 감자전이 여섯 장이나 나왔다. 아이들 반찬으로는 닭볶음탕을 데워 주었다. 적양배추양파무침이 마침 떨어졌기에 냉장고에 있던 양배추와 양파를 꺼내어 새로 무쳤다. 양배추는 냉장고에 있으면 한도 끝도 없이 방치되기 쉬운데, 이때는 무치면 된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소금, 식초, 매실청을 조금씩 넣고 무친 다음 양파를 섞었다. 다 만드는데 10분도 안 걸린다. 중간 사이즈 통에 담으니 두 통이나 나온다. 이렇게 삼삼하게 무쳐두면 양배추를 많이 먹을 수 있고 손쉽게 먹을 수 있다.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숙성이 되면서 점점 맛있어진다. 똑같은 양배추 한 통을 보고도 이제는 다른 음식을 떠올리며 더 맛있게 먹는다. 다디단 빵과 쿠키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더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를 찾던 때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양배추가 맛있다는 걸,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녁은 달걀숙주볶음을 했다. 프라이팬에 달걀 세 알을 넣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다가 숙주를 넣고,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해서 한번 더 볶으면 완성이다. 아이들은 골고루 먹고, 나는 숙주만 건져 먹었다. 아이들 반찬으로 어묵 볶음을 했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어묵과 양파, 양배추를 넣고 볶다가 간을 하면 되는데, 채소를 새로 손질할 필요도 없이, 낮에 만든 양배추양파무침을 한 줌 넣고, 멸치액젓과 설탕, 고춧가루로 간을 했다. 냉장고에 찐 단호박이 줄지 않아서 얇게 잘라서 팬에 구웠다. 맛이 나쁘지 않은데 가족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나 혼자 거의 다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먹지 않는 음식이 많아졌지만, 새로 먹게 된 건강한 음식이 그만큼 늘었다. 그러니 식도락은 그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자연식물식 20일 차인 오늘의 변화를 살펴보자, 점점 자연식물식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물론 (처음에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계기였던) 피부도 좋아지고, 몸무게도 미세하게나마 줄었고, 눈의 이물감과 갈증은 이제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사라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화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마음의 편안함이다. 한 가지가 안되면, 다른 걸 찾게 되는 여유가 생겼다. 조바심을 내거나 급히 뭔가를 해결하려는 마음도 가라앉았다. 음식이 바뀌니 마음이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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