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23일째다. 자연식물식은 채식을 위주로 하되 가능하면 조미나 변형을 가하지 않은, 자연에서 온 식물인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이다. 존 맥두걸 박사의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을 읽고 있는데, 전에 읽었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과 내용이 일맥상통하면서도 원론적이다. 어떤 책을 보아도 자연식물식을 배우는데 문제가 없고, 조승우 한약사의 책이나 하비 다이아몬드의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보아도 비슷한 식이요법이 나온다.
채식과 유사한 체질식을 하면서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내 체질은 고기와 밀가루, 커피가 맞지 않아서 체질식을 하려면 먹을 게 정말 없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입맛에 하나도 맞지 않아서 고역이었다. 그러던 때가 일 년 전인데, 이제는 그 까다롭다는 금체질의 체질식에서 생선과 달걀까지 빠진 자연식물식을 너무도 쉽게 실천하고 있다. 심지어 자연식물식 음식이 입에 맞아서 맛있다. 아이들이 먹던 과자를 한 개 집어먹으면 조미료 맛에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쉽고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알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 포털만 검색해도 원하는 정보를 꽤 얻을 수 있다. 물에 데치지 않고도 콩나물을 무친다는 글을 보았다. 이름하여 ‘무수분 콩나물’이다. 신기해서 사이트 몇 군데를 검색해 보고는 직접 만들어 보았다. 바닥이 두툼한 냄비에 씻은 콩나물을 넣는다. 물은 넣지 않고 콩나물만 건져서 넣는다. 물이 콩나물에 묻어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수분이면 충분하다.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3분 동안 익혔다. 그리고 아주 약한 불에 5분을 더 두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콩나물 숨이 적당히 죽어 있다. 냄비째 잘게 자른 파와 소금, 참기름만 넣고 살살 섞어주면 무수분 콩나물 무침 완성이다. 콩나물 데쳐 낸 채수를 버릴 때면 아까웠는데, 채수가 흘러나오지 않은 무수분 콩나물 무침은 맛이 훨씬 구수하다. 더 깊고 진한 맛이다. 고춧가루나 마늘을 추가해도 좋고, 간단한 양념으로 심심한 맛을 즐겨도 충분하다.
아침에는 복숭아를 먹고, 점심에는 떡볶이를 했다. 쌀떡과 어묵, 삶은 달걀, 양파와 양배추를 끓이다가 고추장 양념을 했다. 떡볶이를 할 때에는 식초를 조금 넣으면 새로운 맛이 난다. 양념으로 케첩을 추가하곤 했는데, 케첩 대신 식초와 설탕을 넣으면 맛이 깔끔하다. 아이들은 골고루 먹고, 나는 채소와 떡만 건져먹었다.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자장라면을 끓여줬다. 숙주도 넣고 한쪽에 무수분 콩나물과 달걀 프라이를 올려 줬다. 아직 아이들은 자연식물식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걸 알고 있으니, 때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 나는 무수분 콩나물 무침과 김구이로 식사를 했다. 무수분 콩나물 무침의 감칠맛이 좋다. 간식으로는 찐 옥수수와 복숭아를 여러 번 먹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운동을 많이 못해서 그런지 몸무게는 비슷하거나 미미하게 늘고 있다. 한두 시간씩 걷곤 했는데, 지금은 기껏 해도 한 시간 미만이다. 실컷 먹고 운동을 적게 하는데 비하면 전반적인 컨디션은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