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주 덥다. 일 년 중에 가장 더운 중복과 말복 사이의 시기이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니 쉽게 기운이 빠지고 바깥에 나갈 의욕조차 없다. 아침 기온은 그나마 좀 선선해서 27도를 넘어가지 않았다. 그 바람에 나가서 맨발 걷기를 했다. 뒷산에 맨발 걷기에 좋은 길이 있다. 최근에 지인이 맨발 걷기를 추천하기에 20분 정도 맨발로 걸어보았다. 맨발 걷기로 여러 가지 지병을 고친 사람들이 많다는데, 자세한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무덥고 갑갑한 날에는 맨발로 걸으면, 땅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느낌과 발바닥에 시원하게 지압되는 느낌이 참 좋다. 손으로 지압을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강렬함이다. 흙바닥의 고르지 않은 크기의 흙과 땅 위로 튀어나온 나무뿌리가 발에 닿을 때마다 센 힘으로 발바닥 마사지를 받는 것 같다. 오전이 선선하다고 해도 여름은 여름이다. 오랫동안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며칠 전에 홈트를 해보니 운동이 꽤 되었다. 오늘은 축축 늘어지는 날씨니 스트레칭을 찾아보았다. 유튜브 검색창에 ‘홈트 스트레칭’을 치니 다양한 홈트가 쭉 출력된다. 그중에서 20분 정도 길이의 영상을 클릭했다. 지난번에 보았던 홈트와 같은 채널이어서 코치들을 보니 반갑다. 몸을 쭉쭉 늘려주는 동작이 다양해서 몸 여기저기가 시원하다. 혼자서 스트레칭을 하면 늘 비슷한 동작만 하는데, 역시 전문가가 알려주는 방법을 따라 하니 생각하지 못했던 몸 구석구석까지 스트레칭이 된다. 20분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서 끝날 때에는 아쉬울 정도였다. 더운 날 야외운동이 불가한 날은 이렇게 홈트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연식물식 준비는 이제 별 무리 없이도, 냉장고에 있는 채소 몇 가지면 된다. 아침은 복숭아를 먹고, 점심에는 브로콜리를 데치고 양배추를 볶았다. 채 썬 양배추와 양파, 대파를 넣고 볶다가 거의 볶아졌을 때 올리브유 약간, 소금 약간을 넣고 섞으면 끝이다. 가지 두 개도 양파 한 개와 같이 볶았다. 이것도 먼저 채소만 볶다가 다 볶아질 무렵 올리브유와 소금을 넣어 섞었다. 아이들 반찬은 돼지고기 등심을 양념해서 볶다가, 갖은 채소를 넣어서 익혔다. 냉동된 돼지고기를 썼더니 식감이 안 좋다고 악평이다. 저녁에는 남은 돼지고기 볶음에 토마토와 브로콜리를 넣고, 카레가루를 좀 추가해서 카레로 변신시켜 주었다. 오히려 낮에 돼지고기 볶음보다 카레가 더 인기 있었다. 맛없는 음식은 강한 향신료를 넣거나 기름에 달달 볶으면 맛이 살아난다. 남은 치킨을 먹으려고 기름에 튀긴 음식이 후라이드 치킨이 되어 오히려 더 인기가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음식에 강한 향신료를 넣거나 기름을 잔뜩 넣고 튀기는 요리는 별로 안 하고 싶다. ‘가지 튀김을 할까’하다가 굳이 처음부터 기름을 많이 넣기 싫어서 그저 살짝 볶고 말았다.
저녁에 기온이 떨어졌기에 산책을 다녀오니,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배달 앱으로 엄청 단 와플을 시켜서 먹고 있다. 한 번 눈을 흘겨 주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아이들이 자연식물식에 어느 정도만 따라 줘도 기특한 일이다. 내 눈을 피해서 시켜 먹고 사 먹는다고 일일이 타박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자연식물식 24일 차다. 이제 자연식물식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데, 몸무게는 오히려 약간 늘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운동량이 확연히 줄었다.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운동으로 하루에 500킬로칼로리는 소비했는데, 이제는 기껏해야 2-300킬로칼로리다. 그러니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연식물식 덕분으로 생각해야겠다. 야외 운동이 계속 아쉽지만,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은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