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하면서 아침은 거의 채소나 과일을 먹는다. 요즘에는 제철과일이 맛있어서 아침에는 물론, 틈틈이 다양한 과일을 먹는 재미가 있다. 아침에는 어제 통에 담아 둔 과일이 있어서 편하게 꺼내 먹었다. 과일 통에는 자몽과 사과, 키위가 들어있었다. 간식으로 복숭아, 아오리, 키위, 자몽을 잡히는 대로 구색을 맞춰 잘랐다. 오후 간식으로는 지인이 제주도에서 받아 왔다는 미니단호박을 쪘는데, 어찌나 부드럽고 촉촉한지 입에서 살살 녹을 지경이다. 아이도 한 조각을 다 먹는다. 역시 좋은 맛은 통한다. 마트에서 사 먹던 단호박과는 전혀 다른 식감이다.
점심에는 두부김치를 했다. 두부를 구우려고 팬을 달구는데, 두부에 열을 가하기가 싫어졌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점점 열을 가하지 않은 음식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두부를 열과 기름으로 지질 필요가 없다. 김치도 굳이 고기와 기름을 넣고 달달 볶아야만 맛이 아니다. 집에 김치가 있으면 그냥 자르면 되지만, 우리 집에는 백김치만 있어서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을 살짝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아이들도 함께 먹을 거니까, 가미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생두부에, 익히지 않은 김치의 조합이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두부를 구우려고 달궈둔 팬이 아까워서 급히 숙주를 볶았다. 멸치액젓과 설탕, 페페론치노로 간단하게 맛을 냈는데, 신기하게도 양념에 욕심을 내지 않을수록 음식이 맛있어진다. 건강하고 담담한 양념에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올라오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샐러드도 마찬가지다. 샐러드 소스로 이것저것 무겁게 사용할 때에는 오히려 샐러드가 별로더니, 양상추에 간단한 소스를 뿌리니 맛이 살아난다. 양상추에 매실청, 소금, 후추만 뿌려 주었는데, 미식가인 둘째 아이가 맛있다고 좋아한다. 내 양상추에는 아무 가미를 하지 않고 그저 양상추의 맛만으로 먹었다. 양상추의 알싸한 맛이 약하게 느껴지는데 나쁘지 않다. 저녁은 며칠 전에 인기가 좋았던 얼갈이 비빔밥을 다시 했다. 얼갈이 겉절이는 비빔밥을 할 때마다 아주 유용하다.
입맛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다. 며칠 전에 감자전을 했을 때에는 프라이팬에 벤 카레의 향이 정말 강렬하게 느껴졌다. 감자전을 먹으면서, 이건 무슨 강한 조미료의 맛인가, 한참 고민을 했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니 팬에 벤 카레 향신료의 맛이었다. 사실 아직도 양상추에는 약간의 소스를 가미하는 게 더 맛있지만…. 자연식물식 28일째인 오늘 아침 몸무게는 줄었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