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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던 커피, 큰 마음먹고 끊어보니

커피 없이 살 수 있을까

by 추월차선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의 종류도 맛도 잘 모른다.

스타벅스 커피가 왜 인기 있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회사에서는 커피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려 먹는 동료들도 있다. 심지어 원두를 집에서 볶아서 온다고 한다. 내가 즐겨 마시던 스틱형 커피는 맛이 없어 마시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벨로 따지면 1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커피를 매일 마신다.

나에게 있어 커피는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갈증을 해결할 때 그리고 동료들과 휴식시간을 함께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2~3잔은 마신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이 싸울 때마다 스팀팩을 맞듯이 오전과 오후 업무 시작 전에 한 잔씩 마셔야 일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그러던 내가 커피를 끊었다. 한 달 전에 시작한 새벽 기상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5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체질이 변했는지 커피를 마시면 밤에 일찍 잠들기 어려웠다(나는 최소 7시간은 자야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다)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 기분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새벽 기상을 위해 일찍 자려다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잔 적도 있었다. 커피가 맞지 않는 체질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커피 대신 생수를 마셨다. 회사에는 정수기가 있어 물통만 있으면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 있다. 500ml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면 일하는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2~3분 내에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상쾌했다.

몸이 더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커피를 끊고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첫 번째는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하다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만큼 졸음이 찾아왔다. 카페인이 주입이 돼야 업무의 속도감도 생기고 활력이 샘솟는 느낌이었는데 생수로는 그런 효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비몽사몽으로 오전을 보내고 나면 오후는 더 힘들다. 점심시간에 잠을 보충할 수는 있으나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혹여나 잠들면 오후 일과가 시작되어도 깨어나기 힘들 것 같다.


두 번째는 동료들과 사내 카페를 종종 들리는데 커피를 대체해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다.

주스나 아이스티 등은 하나같이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어 먹다 보면 몸에는 확실이 좋지 않아 보인다. 차를 마시기에는 단순 티백을 넣어주는 거라 돈이 아깝다(참고로 티백은 사무실에 많이 비치되어 있다). 그래서 카페를 들릴 때 물통에 물을 채워서 가보았다. 역시 번거롭다.

카페를 왜 가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요즘 회사 휴게실이 폐쇄되어 있어 사람들이 답답한 마음에 더 자주 간다.


세 번째는 불필요한 군것질을 하게 된다.

입에 커피를 머금고 있지 않으니 심심하다.

생수와 차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주섬주섬 사무실 곳곳에 있는 과자 등의 군것질 거리에 손이 간다.

커피를 원래 달게 마시지도 않았는데 대체품으로 달달한 것들을 찾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후 3~4시 사이 허기짐을 가장 많이 느낄 시기가 위기다.




물론 밤 10시만 되어도 잠이 쏟아져 견딜 수가 없고, 대신 개운하게 새벽 기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커피 대신하여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장점도 있다. 당분간은 새벽 기상 프로젝트를 하느라 커피를 끊겠다고 했지만 인생에서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 오히려 다시 마시게 되었을 때 다이어트의 요요현상처럼 한꺼번에 많이 마시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전에 한잔 또는 일주일에 1~2잔 정도로 자제가 가능한 나만의 주기를 찾아서 건강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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