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에서 미라클 나이트까지
요즘도 미라클 모닝 하니?" 요즘 들어 지인들이 자주 묻는다. 오전 5시 55분 전후로 수영장에 도착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스토리로 자주 올렸는데, 그 기록이 사라진 걸 눈치챘나 보다. 평소처럼 수영을 가지 못하게 된 이유가 있다. 왼쪽 엄지발톱이 반 이상 들렸다는 걸 신발을 신다가 발견했다. 정형외과에서는 물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감염될 수 있다며 수영을 금지했다. 여전히 더웠던 9월. 하루에 두세 번씩 씻어도 부족할 텐데 답답했다. 이틀에 한 번씩 소독하러 갈 때마다 완치까지 얼마나 걸릴지 물었다. 최소 2개월 이상, 완전히 자라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답변은 변함없었다.
2024년 늦가을, <꿈이 있는 엄마의 7가지 페르소나>를 출간하고 나서도 미라클 모닝 라이프로 살았다. 5시 30분 알람에 깨어나는 생활이 몸에 밴 지 2년. 일어나기 싫은 날에도 수영을 다녀오면 하루가 상쾌했다. 나를 위해 가장 바쁘면서도 밀도 있게 살았다. 온 세상이 고요한 시간에 혼자만 깨어있다는 것, 남들보다 두세 시간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은 건강도 지켜주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동안 가장 바쁘면서도 가장 체계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던 내가, 미라클 나이트족이 되었다. 새벽 1시 즈음 잠들었다가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난다. 아이들을 보내고, 집 정리를 마친 뒤 내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출근한다.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는 글쓰기나 티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이 끝나면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티 관련 영상을 보며 연구한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브런치 약속을 잡기도 하고.
오후 3시부터 5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동안 카페나 도서관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때로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기도 한다. 이 시간만이 가지는 밀도도 어찌 보면 새벽만큼이나 특별하다.
저녁에는 주부이자 엄마라는 페르소나로 돌아간다. 하지만 밤 10시가 되면 다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9시부터 수업이 있는 날도 있긴 하다. 아이들이 아직 깨어있어 온전한 집중은 어렵지만 그래도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일에 집중하자며 다독인다.
진정한 나만의 시간은 11시, 아이들이 잠든 후부터다. 요즘 브랜딩, 마케팅, 릴스 영상 촬영을 배우고 있다. 백지에 밑그림을 채우듯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에 한 챕터씩이라도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들어야 하는 수업, 실습, 활용이 너무 많아 버겁긴 하지만, 이 또한 꼭 필요한 과정이라 느끼며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
미라클 모닝, 미라클 나이트. 두 가지 스타일을 모두 경험하며 각각 가진 매력을 찾았다. 미라클 모닝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게 하는 힘이 있다면, 미라클 나이트에는 고요한 밤을 내 것으로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미라클 모닝은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습관을 선물했고, 미라클 나이트는 창작과 학습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12월이 오면, 다시 미라클 모닝으로 돌아갈 거다. 발톱이 완전히 낫지 않아도, 새 살만 차오르면 충분하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이 가진 매력이 조금 더 강한가 보다.
하지만 이번 올빼미 생활은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하루를 보내는 방식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리듬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그 시간을 충분히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건 '시간을 언제 쓰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게 채우느냐'가 아닐까.